중국 작가 탕즈강의 그림에는 늘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뽀얀 살이 통통하게 오른 이 아이들은 그러나 위험천만한 돌산을 오르는가 하면 집단 폭행을 일삼는 잔인한 면을 드러낸다. 대표작 '중국동화' 시리즈를 필두로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우회적으로 담은 탕즈강의 그림들은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얼굴을 빌린,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다. 탕즈강의 개인전 '네버 그로우 업(Never Grow up)'이 3월16일까지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 1976년부터 군 생활을 하며 종군 사진기자로도 활동했던 그는 부대에서 군인가족의 자녀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면서 어린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군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사회비판에 유머를 가미한 우회적 표현이 늘었다. 그림 속에는 회의, 개와 의자, 돌 등 몇 가지 아이콘이 즐겨 사용된다. 중국의 정치상을 풍자한 '어린이 회의'에서 아이들은 그럴싸하게 어른들의 역할을 흉내낸다. 하지만 형식적일 뿐 알맹이 없는 회의다. 엄숙한 회의장에서 장난을 치거나 교미를 하는 개는 그들의 저속함을 비꼬고 있으며, 무심하게 놓여있는 의자는 위계만 강조하는 집단생활의 부조리를 은유적으로 꼬집는다. 또 높게 쌓인 돌들은 아이들이 내몰린 위험 상황인 동시에 끝없이 오르려고만 하는 현대인들의 위태로움을 지적한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 내한한 탕즈강은 "어린이를 내세운 것은 현재의 중국문화가 마치 아이들과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꿈과 희망을 안고 성장하는 중이지만 연약하며 동시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태로움을 안고 있다는 게 닮았다"고 설명했다. 탕즈강은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 블루칩 작가의 대표주자다. 지난해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추정가 2억원에 나온 그의 작품이 6억원에 낙찰되면서 1년 새 몸값이 2배 이상 뛰어올랐다. 연간 15점 정도만을 제작하는 데다 크기도 50호 이상의 대작이라 작품 평균가는 3~4억원 선이다. 총 32점이 전시된 이번 개인전에서는 1977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지속된 그의 작품세계가 모두 드러난다. (02)734-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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