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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7월 14일]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
입력2009-07-13 17:43:36
수정
2009.07.13 17:43:36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얼마 전 내한한 멕시코 출신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영화의 본질은 ‘공동체적 경험’에 기초한다”며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가 “TV에서 내 영화가 방영됐는데 그 영화는 내 영화가 아니었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유대감을 갖는 게 영화관람의 핵심임을 역설했다.
지금 극장에 가면 우리가 다른 사람과 가장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로봇’이다. 전편보다 더 화려해진 시각적 효과와 기술로 무장한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이 극장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전국 스크린 총 2,105개 중 최대 60%까지 스크린을 독점했기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공유할 영화는 자의건 타의건 트랜스포머 밖에 없었다. 지인에게 좋은 영화를 추천해봤자 “극장에 상영하지 않아서 못 봤다”는 말만 돌아왔다. 이렇게 트랜스포머는 지난 주말 관객 수 630만명을 넘기며 올해 개봉영화 중 최다관객수 기록을 세웠다.
트랜스포머 독과점 문제는 극장과 배급사만 탓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를 틀고 싶은 게 극장이고 투자한 만큼 이익을 얻고 싶은 게 배급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랜스포머의 무엇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까.
트랜스포머를 선택한 대다수의 관객들은 ‘볼거리’를 중요시한다. 집에 있는 PC나 TV로 구현할 수 없는 화려한 볼거리가 관객을 극장으로 부르는 것이다. 문제는 무엇이 ‘극장용 영화’와 ‘가정용 영화’를 구분하느냐는 것이다. 현란한 특수효과로 무장한 60여종 로봇이 등장해야만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걸까. 화려한 볼거리가 주는 시각적 충격이 영화를 보는 이유라면 말초적 쾌감을 위해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콘서트장에 가서 라이브 음악을 듣는 것과 그 현장을 담은 DVD를 집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그 차이는 록 음악이나 조용한 발라드 음악이나 다르지 않다. 음악을 직접 듣는 것,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 그래서 느끼는 것, 그게 바로 본질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정말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것이 로봇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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