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무대예술은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합니다. 지하철 1호선이 3,000번이나 무대에 올려져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이 뮤지컬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현실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94년 5월 첫 선을 보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번안ㆍ연출 김민기)’이 29일 학전 그린소극장에서 3,000회 공연을 마쳤다. 지하철 1호선 3,000회 공연을 기념해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69) 독일 그립스극장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다. 독일에서 86년 초연된 지하철 1호선(Linie 1)은 그동안 전세계 약 20개국에서 공연됐다. 현지 언어로 번안돼 무대에 올려진 작품은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4~5개 정도. 루드비히씨는 지하철 1호선 해외 번안 작품 가운데 한국의 지하철 1호선을 최고로 꼽았다. “독일 원작이 독일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지하철 1호선은 한국 사회상을 담고 있죠. 94년 한국 초연 이후 내용이 여러 차례 수정되면서 이제 김민기씨의 지하철은 한국 고유의 뮤지컬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는 한국의 지하철 1호선을 더이상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1,000회 이후 공연부터는 저작권료를 아예 면제해줬다. 한국의 지하철 1호선은 벌써 3,000번째 정거장을 돌았지만 독일 그립스극장이 공연하고 있는 지하철 1호선은 이제 1,300여회째 공연 중이다. 루드비히씨는 원작 무대보다 더 인기 있는 우리 지하철 1호선을 친 자식처럼 아낀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기간 동안 베를린에서 학전 팀의 지하철 1호선이 공연될 때는 직접 나서서 공연을 도왔다. 독일 그립스극장의 지하철 1호선은 다음달 30일 공연 20주년 기념일을 맞는다. 20년 동안 그립스극장의 지하철 1호선 모습도 많이 변했지만 최근에는 86년 원작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한다. “관객의 반응은 여전히 열광적이죠. 20년 전 인간 군상의 모습이 오늘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그는 “관객들은 지하철 1호선에서 자신의 현실 문제를 되돌아보게 된다”며 “무대에 올려진 코미디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드비히씨는 60년대 초에는 TV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다가 70년대를 거치며 아동극으로 눈을 돌려 청소년ㆍ아동극을 전문으로 하는 그립스극단을 설립해 예술 감독 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 작품이 가장 많이 공연되는 극작가로 꼽힌다. 국내에는 그의 작품 가운데 ‘모스키토’ ‘우리는 친구다’ 등이 학전 소극장에 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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