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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유코스와 헤르메스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지난 22일 국제 금융시장은 러시아에서 날아온 소식으로 출렁거렸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가 사실상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트를 인수했다는 발표가 뉴욕 월가(街)에 전해지면서 월가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러시아 주식을 앞 다퉈 팔기 시작했다. 유코스 매각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월가의 러시아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민간기업 국영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시장경제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위험천만한 경제정책으로 풀이했다. 이후 러시아 주식시장에서는 북극곰의 횡포에 숨을 죽였던 해외 투자자들의 시장이탈이 나타났다. 모스크바 타임즈지수는 4ㆍ4분기에만 달러화 기준으로 16%나 하락했다. 러시아가 브릭스(BRICs)의 주체로 부상하며 지난 5년 동안 주가가 평균 23%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유코스 사태로 외국인이 러시아의 경제정책과 방향성에 느낀 실망감을 알 수 있다. 월가의 시각에서 보면 유코스 자회사의 매각과정은 러시아 경제정책의 퇴행성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으며 푸틴 대통령의 불투명하고 비합리적인 경제정책이 재연될 수 있다는 위험신호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헤르메스 등 외국계 펀드의 불공정한 주식매매를 둘러싸고 금융감독원이 정밀조사에 나서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외국계 펀드에 대한 처벌을 선언했다. 외국자본의 유치가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부정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한국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외국자본에 대해서 감시와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몇 개의 부정한 외국펀드를 잡기 위해 전체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2000년 비리를 저지른 몇몇 벤처기업 때문에 벤처산업 전체가 고전을 면하지 못했던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월가 투자자들은 10월 말 뉴욕을 찾은 윤증현 금감원장이 “외국인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한 말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후 금감원은 은행 등 금융권의 외국인 이사 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고 외국인들의 기업인수합병(M&A)을 어렵게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몇몇 외국계 펀드의 부정을 이유로 전체 금융시장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화를 초래할 수 있다. 월가 투자자들은 한국 금융정책의 ‘방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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