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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해운강국이 되려면

이규진 사회부 기자

중국 산둥(山東)반도에 가면 ‘일출이 먼저 비추는 곳’이라는 뜻의 리자오(日照)항이 있다. 강태공의 고향이기도 하고 육상과 해운을 잇는 교통 요지다. 이 일조항과 평택항을 1만6,000톤급 황해페리가 일주일에 세번 왕복한다. 이 왕복선은 한번에 250~300여명의 관광객과 보따리상, 그리고 40TEU의 콘테이너를 실어나른다. 황해페리는 지금은 평택항에 없어서는 안될 정기선이 됐다. 하지만 1년 전에는 “얼마나 갈지 두고 보자”는 냉소의 대상이었다. 중국시장을 바라보고 무작정 뛰어들었다 중도하차한 페리 운영사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목포와 상하이(上海)를 운항하던 상해크루즈는 단 두달 만에 사업을 접었다. 지난 2002년 말 의욕적으로 군산~칭다오(靑島)간 정기노선을 시작한 크리스탈페리 역시 6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모두 뒷심, 즉 자본력이 부족했다. 이는 카페리 해운업이 얼마나 힘든 사업인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철저한 검증 없이 이들에게 선뜻 허가를 내준 해양수산부의 책임도 크다. 황해페리는 지난 1년간 이 노선을 정착시키기 위해 7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정기선이니만큼 어떤 때는 여객과 화물 없이 그냥 빈 배로 오가기도 했다. 고진감래라는 말처럼 이제는 LG필립스ㆍ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항공화물 일부를 이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손익분기점도 몇 달 남지 않았다. 그러나 밝아져야 할 황해페리 승무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하다. 국내 일부 해운사들이 유사항로를 개설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만약 유사항로가 생기면 국내 선사들끼리 ‘이전투구’식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상생과는 정반대인 공멸의 길로 가는 것은 불문가지다. 더 큰 문제는 해양부가 시장원리를 내세워 국내 해운 인프라를 망가뜨릴 중복ㆍ유사항로 개설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설픈 시장주의자가 시장을 죽인다. 해운강국이 되려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해양부는 다시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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