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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린 올해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이 27일 폐막됐다. 올해는 때마침 불거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그에 따른 세계 경제의 침체 우려 등을 둘러싸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다만 정책 결정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기존의 대립되는 논점만 재확인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포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27개국 정상, 113명의 장관급 이상 각료 등 세계 88개국 정계ㆍ재계ㆍ문화계 인사 2,500여명이 참석했다. ◇글로벌 지도력 재구축=‘협력적 혁신의 힘(Power of Collaborative Innovation)’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당면한 경제위기는 물론 기후변화, 에너지ㆍ물 부족, 테러 등 최근의 글로벌 도전들을 해결할 지도력 공동 구축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대한 전세계인의 인식 변화를 이끌었던 반 사무총장은 ‘물 부족’을 올해의 톱 어젠다로 정한 뒤 세계 각분야 인사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글로벌 단위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d Bank) 등과 같은 국제기구의 역할과 기능의 재조정, 확대를 통한 개혁을 촉구했다. 브라운 총리는 25일 IMF와 세계은행ㆍ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지난 1950년대의 문제점들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것인 만큼 세계화와 기후변화, 유혈분쟁 국가들의 재건 등 오늘날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즉시 개혁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이를 위해 정계ㆍ관계ㆍ재계ㆍ비정부기구들이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탄소시장과 기후변화협약이 필요하고 대안에너지원을 도입하고자 하는 개도국들에 펀드를 제공하는 글로벌한 기구가 필요하다”면서 현 세계은행을 ‘개발 및 환경 세계은행’으로 탈바꿈시킬 것을 제안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도 이번 포럼의 성과로 기록됐다. ◇금융위기와 금리인하 논쟁=포럼 개막 전날인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그에 대한 원인 분석 및 평가를 놓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졌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동시에 겪고 있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물가를 안정시킬지 아니면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무게를 실을 것인지가 이번 포럼의 최대의 논란거리였다.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세계 경제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고유가에 따른 침체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 위험성이 늘어나고 있다”며 “오는 2월 도쿄에서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신용경색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위기 공동 대처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증권가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와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은 FRB를 비롯한 세계의 중앙은행들의 통제력 상실을 드러낸 사건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버블을 만들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존 스노 전 미 재무장관은 “FRB가 중심을 잡고 있으며 경제의 부정적 추세를 인식하고 과감한 조치들을 취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적극 옹호했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미국 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건재할 수 있을지도 주요한 주제로 다뤄졌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지역 회장과 길레르모 오리티즈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 등은 기본적으로 신흥경제권이 미국 경제와 디커플링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반면 중국과 인도 측 참석자들은 미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자국도 일정한 영향을 받겠지만 내수의 급성장 및 미국 이외 다른 나라들과의 교역량 규모 등을 들어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부펀드의 투명성=아시아 지역 등의 국부펀드의 긴급 수혈에 힘입어 미국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신용위기에서 벗어난 것을 계기로 이들 ‘해결사’들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됐다. 포럼 내내 국부펀드의 부실 금융회사 지원이 “좋은 것”일 뿐 아니라 “투명성에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국부펀드 국가 측과 “국부펀드는 민족주의적 성격이 있는 만큼 투명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미국 및 뉴욕 월가 입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국부펀드만 투명성의 타깃으로 삼지 말고 모든 자본을 대상으로 투명성을 담보할 ‘포괄적 투자윤리 규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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