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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선무당 같은 주식 전문가

최근 증권업종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만났다. 그는 한 증권방송에 전문가를 자칭한 사람을 언급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 전문가는 A증권주에 대한 매수를 강조하며 각종 자료를 제시했다. A증권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점유율 추이와 실적 전망치 등을 담은 자료였다. 문제는 이 전문가가 제시한 자료가 남의 분석을 무단으로 도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기자와 만난 애널리스트는 "며칠 전 내가 리포트에서 제시했던 수치와 도표를 그대로 인용했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한 기업의 실적 전망치 같은 경우 애널리스트마다 차이를 보인다. 가령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두고 대우증권은 24조2,100억원을 전망한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27조4,280억원까지 내다보는 식이다. 증권방송에 출연한 전문가의 전망수치가 애널리스트의 분석수치와 일치한다면 남의 자료를 무단으로 썼을 확률이 큰 것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전문가의 자질 문제도 언급했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높은지 여부를 평가하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과 관련 이 전문가는 '10퍼센트(%)'라는 엉뚱한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는 것.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로 현재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말해준다. 가령 A사의 주가가 1만원, 1주당 순이익이 1,000원이라면 PER은 10배이다. 아마추어 주식투자자도 아는 내용을 '몇 퍼센트'라는 엉뚱한 단위를 사용한 것은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리서치센터의 선배들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대다수 선배들은 자신들 역시 그런 경험이 있으니 '잊는 게 상책'이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 금융당국은 특정인이 주가 조작에 관여 했는지를 광범위하게 수사할 뿐 전문가의 자질 여부와 투자판단 근거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결국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의 말을 믿고 특정 종목을 매입한 개인투자자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만 입히는 선무당이 연상된다. '투자 전에 조사하라(Investigate before you invest)'는 월가의 격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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