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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생각

윤기원 법무법인(유) 원 대표변호사


지난주 교황의 방한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나도 교황과 관련된 보도를 유심히 챙겨봤다.

교황의 모든 행보는 시종일관 고통받는 사람들과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특히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관심은 각별했다. 세월호 피해자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모습을 보면서, 차를 멈추고 단식 중인 김영오씨에게 손을 내밀어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깊은 감동을 받았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세월호 리본을 떼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자 교황은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며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의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은 교황으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교황을 만나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 대통령도 아직 수십 일간 단식 중인 김영오씨를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국민들이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해도 정치 지도자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대체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차피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목적은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고 누가 사고 원인에 대해 책임이 있는지 명확하게 밝히자는 것이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법률안은 대한변호사협회 소속의 1,0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동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진실이 밝혀지면 안 되는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여야를 떠나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국민 대부분이 진상 규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그토록 절실하게 원하는 법률안을 합의해주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세월호 사건 이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대응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와 국회를 보면서 국민들의 마음은 불신과 냉소로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세월호 사건의 피로감으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유족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진짜 이유는 우리 사회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합의하여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세월호 특별법은 우리나라가 보다 안전한 사회,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미래를 책임져야 할 어린 청소년들이 받은 상처 앞에서 할 말을 잃게 된다. 모두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광화문 앞에는 수개월째 '잊지 않겠다' '미안하다'고 써 있는 수많은 노란 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결코 쉽게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적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은 없다'는 교황의 말을 기억하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연민의 손을 내밀어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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