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 약화로 수시 모집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수시 합격의 '열쇠'가 되는 학생생활기록부 관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위권 대학에서도 학생부·자기소개서·면접으로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매년 높아지고 있어 수험생인 고3뿐 아니라 고1 때부터 내신과 더불어 비교과 부문을 살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교 3년간 농사를 짓는다는 마음으로 학생부를 채워가는 게 중요하다"며 "대학이 원하는 지표를 채워가기보다는 본인의 진로를 설정하고 이에 맞는 활동을 지속해가는 게 합격에 다가서는 비법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몇 줄 안 되는 학생부 기재사항으로 차별화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학생부 기재방침상 수상 실적은 교내 상으로 제한되고 봉사활동도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로진학 교사들은 이때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될 수 있는 지점이 '과목별 세부사항 및 특기사항'이라고 말한다. 종합의견과는 별도로 과목별 교사가 학생의 과목 능력에 대해 정성평가를 하는 항목인데 '사회과학에 폭넓은 독서량을 가지고 있고 동아시아 사회현상이나 역사적 상황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이 뛰어남' 등 학생의 과목별 구체적인 강점을 설명해줄 수 있다.
올해 지역균형선발전형(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서울대 인문학부에 입학한 김연신(19)양은 이 같은 과목별 평가를 잘 활용했다. 김양은 수업시간과 수행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과목 선생님에게 호기심이 있는 부분, 배운 부분을 다른 과목과 접목할 수 있는 지점들을 고민해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를테면 생물 시간에 생태계 피라미드를 배우고 나서 이를 사회문화 수업에서 배운 인구 피라미드와 연결해 질문하고 두 개념의 접점을 찾았다. 김양은 "학생들 대부분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만 신경을 쓰는데 과목별 평가가 나의 강점들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항목이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과학과목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질문하면서 문·이과를 통섭할 수 있는 강점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윤희태 영동일고 교사는 "올해부터 시도교육청에서 모든 과목에서 수행평가 비중을 높이도록 해 수행평가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며 "자소서를 쓸 때도 수행평가 과정에서 어떤 호기심을 느꼈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결과적으로 무엇을 느껴 자기주도학습을 하게 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윤 교사는 팁으로 학생들이 수많은 수행평가 과정을 기억하기 어려우므로 그때그때 수행평가를 할 때마다 느낀 점을 적어두는 노트를 만들 것을 권했다. 영어 뮤지컬을 하는 경우 어떤 역할을 맡았고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등을 짤막한 감상문 형태로 적어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돋보일 수 있는 것은 독서활동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무조건 철학 위주의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대부분 읽은 책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대 도서대출 1위인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등 다소 어려운 책을 기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1학년 때는 쉬운 책을 폭넓게, 2학년 때는 관심 분야를 정해서 읽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성권 교사(전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는 "심사위원 눈에도 진짜 원해서 읽은 책과 추천 받은 책은 구분이 된다"며 "어떤 관심사에서 읽었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읽은 책을 나의 경험과 잘 연관시킬 수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안정훈(19·고려대 미디어학부 1학년)군은 교내 신문부 활동을 하고 기자를 꿈꾸면서 저널리즘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은 경우다.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의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이영희의 '대화' 등을 읽고 나서 점차 읽는 책의 난이도를 넓혀 다양한 시각을 조망할 수 있는 '권력과 언론' 등으로 독서 범위를 넓혔다. 안군은 "책을 읽으면서 세계시민봉사동아리에서 제3세계 문제에 대해 토론할 때도 도움이 됐다"며 "월드비전과 연계해 모금활동을 하는 등 독서와 봉사활동이 연계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외부 기관에서의 활동이 인정되는 봉사활동도 차별화 포인트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교사들은 어떻게 진로와 연관된 봉사를 했는지보다는 얼마나 꾸준히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연신양은 1학년 2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과천시 꿈나눔센터에서 중학생 영어 멘토링을 매주 2시간씩 했다. 보통은 2학년까지만 봉사를 하는데 멘토링에 흥미를 느껴 3학년 1학기까지 꾸준히 한 게 비결이 됐다.
선배들은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준비를 하라고 추천할까. 먼저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김양은 "교내 경시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수상은 못 했을 때는 좌절감이 커서 자소서를 쓸 때도 힘들었다"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동아리 등 교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자소서에 경험도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학년부터 대입 자소서 항목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안군은 "자소서 항목을 보면 1학년부터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 답이 온다"며 "다만 내신성적 관리가 중요함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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