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질병, 실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사회보장사업에 5년간 316조원을 쏟아 붓는다. 특히 태어나서 배우고 일하고 은퇴하기까지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일자리를 바탕 삼아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정책 노력이 집중된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제1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14~2018년)'을 심의ㆍ의결했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이번에 처음 마련된 사회보장기본계획은 기존의 '사회보장 장기발전 방향'을 한 단계 강화해 구체적인 세부 정책을 담고 예산 마련 방안도 포함했다.
정부는 이번 계획의 정책 방향을 △생애주기별 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 △일을 통한 자립 지원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 기반 구축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올해 48조6,000억원을 포함해 5년 동안 모두 316조2,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가장 많은 299조8,0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사회안전망 구축' 사업에는 출산과 양육, 노후 등 연령대별로 필요한 대책들이 담겼다.
임신ㆍ출산 부문에서는 내년부터 저소득 가구에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자녀장려세제(CTC)제도가 도입되고 고위험 산모에 대한 의료비 지원이 확대된다. 아동ㆍ청소년을 위해 매년 국공립어린이집 150곳을 새로 짓고 시간제 보육반을 운영한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행복주택 14만가구 공급 등 일반 서민을 위한 대책과 노인 일자리 매년 5만개 확충, 기초연금 지급,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 확대 같은 노후 생활 지원대책도 포함됐다.
'일을 통한 자립 지원'에는 15조1,000억원이 투입되는데 일방적으로 물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여성과 청년,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ㆍ학습병행제 추진(청년),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여성), 퇴직 후 재취업 지원(중장년층) 등 나이와 성별에 따른 대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특수형태업무 종사자 고용보험 적용 추진 등 근로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이 담겼다.
나머지 1조3,000억원은 유사ㆍ중복 업무 조정과 사회보장정보 시스템 개선 등 제도를 합리화해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 기반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번 계획과 관련된 사업 예산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이나 예산요구안을 짤 때 우선 반영된다.
김원득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사회보장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각 부처로부터 사업계획을 받고 예산도 확보했다"며 "앞으로 제대로 하는지 2~5년 주기로 점검하고 사후관리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업들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저소득층의 자활 성공률이 2012년 28%에서 2018년 40%로 높아지고 의료비 가운데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비율은 35.2%(2011년)에서 3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65세 이상 빈곤율은 2013년 48.1%에서 40%로 떨어지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성인 비율이 현재 16.5%에서 25%로 높아지는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5년간 필요한 재원은 지출구조를 바꾸고 비과세 축소나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입을 늘려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프랑스의 사회보장세와 일본의 소비세 인상처럼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정부는 밝혔다. 김 실장은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듣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당장 증세나 새로운 세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복지예산을 확보하는 것만큼 제대로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허술한 복지전달체계 때문에 복지예산이 새는 경우가 많아 국민들이 복지 혜택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복지전달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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