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사례를 보면 불합리하다 못해 황당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절도범이 기름을 훔치다가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을 파손해 주변 땅이 오염된 경우에도 토양복구 책임을 송유관 운영회사가 지도록 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기름유출에 따른 손해가 막심한 것도 억울한데 오염복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니 어이가 없다. 농어촌 지역 주민의 휴대폰 통화품질 개선을 위한 통신용 전신주 설치 때 공사비는 전신주 1개당 70만원인데 인허가 관련비용은 200만원이나 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공익 성격의 공사인데도 일일이 농지 및 산지 전용허가 등을 받도록 돼 있는 등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근거리 무선통신이 지원되는 혈당계를 개발했지만 국내 판매를 못하고 유럽에서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기기와 통신기기가 합쳐진 상품이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방송통신위원회 등 두 곳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부담이 큰 탓이다. 규제가 첨단 융복합제품 개발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규제기준이 모호하거나 법령 개정 및 상충으로 기업활동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도 많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내건 정부가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며 여러 차례 조치를 취했지만 상식에 어긋나는 규제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규제개혁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체감규제는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합리 정도를 벗어나 황당하기까지 한 규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해당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마이너스 요인이기 때문이다.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욕을 부추기고 투자확대를 유도하는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등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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