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시장은 새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이 미완에 그치며 매매 침체와 전셋값 폭등이 계속됐다. 매매 시장은 강남 재건축 시장과 대구 등 일부 지방만 반짝했을 뿐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전세값은 여름과 겨울 등 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1년 넘게 상승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낙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정부 대책 발표 이후에도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거래량 늘었지만 집값 상승엔 역부족=서울과 수도권 매매시장은 전반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거래량은 다소 늘었지만, 집값 상승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전국의 주택거래량은 105만가구로 지난해보다 5%가량 늘었다. 하지만 거래량이 증가하면 집값이 상승한다는 일반론은 올해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3% 떨어졌다. 작년(-3.27%)보다 낙폭이 줄기는 했지만 하락세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반면 선도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잠실 주공5단지, 개포주공 등 '블루칩' 아파트의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소폭 상승했다.
지방은 부산·경남·광주 등 작년 상승세를 주도했던 지역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대구·경북·울산으로 중심이 옮겨왔다. 세종시는 정부기관의 잇따른 이전으로 올해도 지방 중심의 핵으로 자리 잡았다.
2008년 이후 계속된 소형아파트의 인기는 여전했으며 100㎡(공급면적 기준)대의 중대형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 내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것도 올해 매매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전세시장 고공행진=전세시장은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보이며 '정부 대책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부동산114의 통계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보다 10% 이상 뛰었고 69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셋값 상승 폭도 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지난달 말 기준 66.4%로 지난 2002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대치동 D 공인 관계자는 "집값 상승의 기대감이 없어 세금을 내가면서까지 집을 소유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대치동의 경우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가격보다 전셋값이 더 비싸지만, 여전히 수요는 많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지난해보다 상승 폭을 키운 것은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지난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사실상 폐기되고 집값 낙폭도 줄었지만,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주저하면서 세입자들의 매매로의 전환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또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전세물량이 예년보다 줄었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주택임대거래 126만2,383건 중 전세거래는76만6,629건으로 전체의 60.7%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에 비해 크게 줄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전세물량 부족, 경기회복 불확실성, 재건축 이주 수요 등으로 지난해보다 상승세가 더 심했다"며 "전세값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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