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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북한 신형 경비행기 과연 위협적일까

4만3000대 팔린 민간 경비행기

'세스나 172기' 단순개량품 그쳐

'KF - X 대응용' 주장은 난센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수기계공장을 방문해 군용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기기를 만져보고 있는 사진으로 노동신문 4월1일자에 실렸다. /=연합뉴스

북한이 ‘자체 제작했다는 비행기’가 뉴스를 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이 경비행기를 만드는 군수기계공장을 시찰하고 비행기에 탑승해 시험비행까지 했다는 보도의 근원은 노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일자에 실렸다. 만우절 직후 전해진 이 소식에 국내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사실이기 때문. 북한이 공식 매체를 통해 비행기를 제작한다고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북한 노동신문이 다룬 비행기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일각에서 북한이 남측의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자극받아 ‘자체 제작 비행기’ 소식을 보도했다는 해석을 내놓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북한 노동신문에 나오는 두 종류의 비행기는 모두 프로펠러기. 한 대는 ‘AN-2기’와 비슷하고 다른 하나는 미국제 민수용 경비행기인 ‘세스나 172 스카이호크’의 판박이다.

구 소련이 1947년 처음 선보인 이래 중국과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서 수많은 변종이 나와 모두 1만 8,000대 이상 생산된 AN-2의 가격은 어떤 형식이라도 5~7억원선에 불과하다. 미국 세스나 항공사가 1956년 출시한 이래 지금까지 4만 3,000여대가 넘게 팔리며 민간 경비행기의 세계적 베스트 셀러인 세스나 172 시리즈의 최신형도 미화 30만 7,500 달러(3억3,700만원) 정도다. 반면 KF-X는 개발비를 포함하면 대당 가격이 무장을 뺀 상태에서도 최소한 1,500억원에 이른다. 한 마디로 북한이 우리의 KF-X에 자극받았다는 해석은 ‘만우절에나 통할 넌센스’다.

북한이 과연 이들 비행기를 자체 제작했는지도 쉽게 믿기지 않는다.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신형 경비행기 개발에 나선 시기는 지난해 8월. 김정은이 시찰하는 자리에서 제작을 지시했다는데 아무리 프로펠러기라도 7개월 만에 뚝딱 개발해내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신품이 아니라는 정황도 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자체 제작 경비행기의 출입문에 녹이 눈에 들어온다.



계동혁 디펜스 21+ 편집위원은 “북한이 보유하던 세스나 172기 2대 중 하나의 아날로그 계기판 일부를 외국제 키트를 들여와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바꾼 것 같다”고 풀이했다. 생산량이 워낙 많고 동구권에서도 면허 생산했기에 부품 구하기도 쉬어 개량은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계 위원은 북한의 항공산업 기술 수준에도 의문을 표하며 “1990년대초에 미그-29를 조립생산하고 2000년대 초에는 동구권에서 미그-21기를 분해해 컨테이너로 옮겨온 다음 조립한 정도의 기술도 인력을 유지 못해 사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자체 제작 비행기’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부용으로 보인다. 기술력이 있다는 점과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첨단 항공기에 대한 이해를 북한 주민들에게 과시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신형 비행기의 정체가 세스나 172라고 할 때 운항도 북한 내에서만 가능하다. 항공기를 개량하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인증을 받아야 다른 나라 공항에서 운항이 가능한 데 북한은 그럴 필요가 없다. 형태와 계기판의 배치로 보아 세스나 172의 단순개량품이 분명해 보이는 ‘북한 신형 비행기’는 이래저래 내부용이라는 얘기다./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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