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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와 관련해 가까스로 경쟁형 비례대표 총사퇴라는 카드를 만들었지만 계파 간 갈등의 해법을 찾지는 못했다.
사퇴안의 강제성이 없는 상황인데다 이른바 당권파(옛 민주노동당 계열 주류)들의 사퇴불가 방침이 확고하고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세 싸움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19대 총선에서 배타적지지를 선언했던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과 결별 수순을 밟으며 지지세력들에도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는 당권파들의 물리력 행사 등으로 파행을 겪은 끝에 5일 밤 전자투표를 통해 현 지도부 사퇴와 경쟁형 비례대표 당선자(1∙2∙3번) 및 나머지 후보 전원 사퇴를 내용으로 하는 수습안을 의결했다. 당권파 측의 이정희 대표를 포함해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 등은 오는 12일 비대위 구성과 함께 총사퇴할 예정이다.
문제는 비례대표직 사퇴 여부다. 전날 운영위원회에서의 사퇴안 의결은 권고안일 뿐 실질적 강제력이 없는 상황에서 당권파 측은 여전히 비례대표직 사퇴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례대표 해결 문제를 둘러싸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입장차가 여전한 셈이다.
통합진보당은 전날 시간 부족으로 당초 의결이 예정돼 있던 강령 및 당헌∙당규 제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9일이나 10일께 다시 한번 운영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이때 비대위 구성 인사에 대한 추천이 진행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도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또 한 번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12일 예정된 중앙위원회에서의 비대위 인준 과정도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결국 비례대표 사퇴 및 향후 비대위 구성 등에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물러설 수 없는 세력 대결이 예정돼 있어 최악의 경우로 상정하고 있는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분당을 해야 할 어떤 이유도 찾기 어렵고 실제로 분당이라는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도 전혀 없다. (분당은) 10% 넘게 지지해준 민의에 대한 배신 행위"라며 강하게 버티고 있다. 이와 함께 유 대표는 향후 지도부 경선 불출마와 함께 비례대표 후보(12번 전략 배치)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만약 전날의 위원회 안대로 경쟁형 비례대표가 전원 사퇴할 경우 이미 당선된 3명 외에 비례대표직을 승계할 인사(전략 배치 14∙18번)가 둘밖에 남지 않아 통합진보당은 자신들에게 배정된 비례대표(6석) 1개 의석을 자동 반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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