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데스크 칼럼] 대기업도 뚫리는데…
입력2007-05-14 16:35:06
수정
2007.05.14 16:35:06
흔히 스파이 하면 영화 ‘007시리즈’처럼 냉전시대의 첩보전을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에도 지구촌 곳곳에 스파이들이 기생하고 있다. 기업의 기술이나 비밀을 훔쳐내 경쟁기업에 팔아먹는 일이 주업이다. 과거 냉전시대의 스파이들이 산업스파이로 변질한 셈이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전자ㆍ자동차ㆍ조선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기술유출 사례들이 종종 적발됐다. 외국자본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우리의 기술을 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정원은 지난주 현대ㆍ기아차의 기술유출을 사전에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전ㆍ현직 직원이 57개의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넘기려 했다는 것. 만일 이 기술들이 모두 중국에 넘어갔다면 중국과의 자동차 기술 격차는 3년 내 절반으로 좁혀지고 예상 손실액은 무려 22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한다. 가히 천문학적 액수다.
중기는 보안 ‘사각지대’
우리 기업들의 기술은 산업 스파이들에게 꽤 괜찮은 먹잇감이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뿐 아니다. 중소기업은 더욱 위험하다. 그동안 첨단기술 유출의 대상은 주로 대기업이었지만 최근에는 중소ㆍ벤처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이들도 타깃이 되고 있다. 기술은 훌륭하지만 보안체제는 허술하기 때문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중소ㆍ벤처기업의 첨단기술 유출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전체의 60%를 넘어섰다. 반면 국정원이 주요 산업단지 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보안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0점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ㆍ동남아 등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위험도는 더욱 심각하다.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들의 변절이 다반사다. 그들이 훔친 핵심기술로 경쟁업체들은 유사 제품을 만들어 낮은 가격으로 경쟁,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중국ㆍ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개 중 1개 업체는 기술유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2번 이상인 경우도 40%에 달했다.
기업유출의 가장 큰 원인은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식 부족이다. 투자, 관리, 사후 대응 등이 모두 미흡하다. 기술유출의 80% 이상은 내부인력에 의해서다. 철저한 보안시스템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자금지원도 물론 부족하다.
징계에도 소극적이다. ‘집안 일’이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보안 위반자에 대한 조치의 50%가 ‘내부 징계’로 그치고 80%가 법적 대응 등 별도의 외부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도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중소업체들의 보안 관련 투자는 2% 미만에 불과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10% 이상 투자하는 것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기술을 지키는 것도 전쟁
기술유출에 따른 직접 피해자는 해당 기업이다. 단 한번의 기술유출이 기업흥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쟁기업이 기술을 빼내 개발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제품을 생산한다면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보다 훨씬 더 싼 가격에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에 따른 국가 경제의 손실도 엄청나다.
중소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할수록 기술유출은 늘어날 것이다. 우리 집에 재산은 많은데 자물쇠가 열려 있다면 도둑들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듯 군침을 삼킬 수밖에 없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전쟁이지만 이를 지키는 것 또한 전쟁이다. 기술전쟁은 기업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은 지양해야 한다. 철저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할 때다. 집안 도둑을 막지 못하면 밖에서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