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에 대한 세계의 우려가 한층 짙어지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3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 경제성장률 목표인 7.5%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전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중국의 국가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도 치솟아 과거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보다도 높아졌다. IB들은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지만 이미 막대한 그림자금융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운신의 폭이 좁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JP모건은 중국의 공업·소매·투자지표가 크게 하락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종전의 7.4%에서 7.2%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이날 UBS 역시 7.8%에서 7.5%로 하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역시 7.6%에서 7.2%로 대폭 낮춰 잡았으며 최근 노무라와 바클레이스도 각각 7.4%, 7.2%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UBS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국채의 5년물 CDS는 99를 기록했다. 이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88)보다도 높은 것이다. CDS는 수치가 높을수록 디폴트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중국의 CDS는 일본(49), 프랑스(51)보다 2배나 높은 것이다.
이에 중국 금융 당국이 재정·통화정책을 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건설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리 총리가 전인대에서 중서부 철도사업, 도시화 등과 관련해 합리적으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이 목표로 삼고 있는 올해 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1% 적자로 다른 나라에 비해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인민은행(PBOC)이 지급준비율을 낮출 것이라는 주장도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지준율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비상상황에 대비해 금고에 쌓아두라고 명령하는 자기자본비율로 이를 낮추면 시중에 돈이 풀려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중국의 지준율은 20%로 지난 2012년 이후 변동이 없었다. 야오 웨이 소시에테제너랄 이코노미스트는 "며칠 내로 지준율이 인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도 2%로 낮아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 카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노력이 약발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2008년과 같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이미 막대한 그림자금융과 중복 설비투자만 더욱 부풀릴 수 있어 이번에는 '미니 부양책'에 그칠 것이고 이에 따른 효과 역시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취홍빈 HSBC 중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 부양책이 나온다면 전방위적인 부양책이 아니라 기업투자 장벽을 낮추거나 지하철 건설 확대와 같은 선택적이고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팀 콘돈 ING그룹 아시아리서치부문장은 "지준율이 인하되면 전세계 금융시장에 '중국 금융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지준율 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에 앞서 해외자금의 중국 시장 탈출 등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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