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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탕식 부동산정책 왜곡되는 시장] <3> 부작용 커지는 분양가상한제의 딜레마

"안풀면…" 공급줄고 고품질 주택사업도 차질<br>"풀자니…" 고분양가로 집값상승 악순환 우려<br>법 개정 1년 가까이 손못대 불확실한 시장 혼선만 가중<br>국민 정서·시장충격등 감안 경제자유구역·민간택지부터 단계적 폐지 고려해 볼만




"풀기는 해야 하는데 시장상황 때문에 무조건 풀자고 할 수도 없고…." "언제, 어디까지 풀어야 할지 고민만 계속하고 있는 거죠."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은 '폐지'다. 연내에는 법 개정을 통해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일단 연내 폐지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분위기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것은 지난 2월. 하지만 10개월이 가깝도록 법안은 계속 국회에 머물고만 있다. 상한제 폐지를 예상한 쪽이나 그렇지 않은 쪽 모두 불확실한 시장상황에 혼선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분양가 우려가 상한제 폐지 발목 잡아=최근까지만 해도 정부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추진하던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벽에 부딪친 것은 고분양가와 집값 상승우려 때문이다. 높아진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분양가를 높이는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급등하면서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야당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가 반시장적 규제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마저 폐지되면 또다시 분양가가 치솟아 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부장은"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는 있지만 3.3㎡당 3,000만원이 넘는 아파트가 등장하는 등 고분양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집값이 불안정해지면 다시 정부 규제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흑석뉴타운 등 상한제 이전 사업승인을 받은 서울시내 재개발ㆍ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조합이 일반분양가를 불과 몇 개월 만에 3.3㎡당 수백만원씩 높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그렇지 않아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집값이 더욱 요동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국민들에게 값싼 주택을 공급한다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감안해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말했다. ◇공급 감소, 고품질 주택 개발 미비 등 부작용 커져=정부는 2007년 9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서 건설업체들의 집값 부풀리기를 바로잡고 분양가를 낮춰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제도 도입 이후 서울과 수도권 일대 민간택지에서 상한제가 적용돼 공급된 아파트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건설사가 제도 도입 이전에 밀어내기 분양을 쏟아낸 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신규 공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주택건설 인ㆍ허가 물량은 9월 말 현재 17만8,093가구로 전년 동기의 19만5,885가구보다 9.1%가 감소했다. 특히 민간 부문은 같은 기간 15.3%가 줄어든 13만7,383가구를 인ㆍ허가 받는 데 그쳤다. 올해 분양실적 역시 10월 말 현재 16만6,726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2.2%가 줄었다. 민간분양은 7만5,779가구로 같은 기간 47.4%나 급감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부문의 주택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인ㆍ허가 및 준공 등 건설시차를 감안할 때 앞으로 2~3년 뒤에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택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존속으로 인한 부작용은 단순히 공급부족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가격을 묶어놓으면 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 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며 "정부가 추진하는'그린 홈' 사업과 서울시의 '디자인 심의강화' 등에 맞는 주택사업을 추진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주택업계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이 늘어나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경제연구실장은"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인한 아파트 가격상승은 단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주택공급이 늘어난다면 이를 통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시장 기능으로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분양가를 높여 공급한 서울시내 일부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청약미달ㆍ미계약 사태가 바로 이를 반증한다는 것이다. ◇시장 충격 줄이는 단계적인 상한제 완화 추진해야=이처럼 분양가상한제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최근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단계적 폐지론이 주목 받고 있다. 무주택자 등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택지와 민간택지 중소형 아파트에 대해서는 상한제를 유지하되 민간 중대형이나 경제자유구역 등에 국한해 분양가를 자율화하자는 안이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분양가상한제는 민간공급을 위축시키고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 문제점"이라며 "다만 국민 정서나 단기적인 시장충격을 감안해 경제자유구역, 민간택지, 공공택지의 순으로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고급 중대형 아파트에까지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시장 왜곡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한제를 적용해 저렴한 값에 아파트를 팔 경우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에게 리스크 없는 안정적 수익을 보장해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환용 경원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를 풀어야 한다면 시장추이를 지켜보며 해제 시기와 주택 규모, 지역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에서는 분양가상한제를 일단 폐지하고 과다한 분양가가 책정되면 분양차익에 대해 조세부과 등 다른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역시 자율적으로 협회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지켜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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