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은 전날 필라델피아에서 LA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류현진(27)에게 "베켓을 넘으려면 퍼펙트 게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시 베켓이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세우자 다음날 선발 예정인 류현진에게 반 농담을 건넨 것.
장난 섞인 말이었지만 거의 현실이 될 뻔했다. 7이닝 동안 퍼펙트게임을 펼친 류현진은 시즌 5승 달성에 성공했다. 경기 이후 매팅리 감독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잠시 동안 류현진이 정말 이룰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LA타임스는 "믿기 어려운 투구를 했다"며 극찬했다.
류현진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시즌 9번째로 선발 등판, 7⅓이닝 동안 사4구 없이 3안타만 내줬다. 8회 첫 타자 토드 프레이저에게 좌선상 2루타를 맞기 전까지 21타자를 상대로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연속 범타 처리하는 퍼펙트 피칭으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류현진은 다저스가 4대1로 앞선 8회초 1사 1, 2루에서 브라이언 윌슨에게 마운드를 넘겼지만 윌슨이 내준 2점을 그대로 떠안으면서 3실점으로 기록됐다. 다저스가 4대3으로 승리하면서 류현진은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뒤 지난 22일 뉴욕 메츠전 승리에 이어 2연승과 함께 시즌 5승(2패)째를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3.00에서 3.10으로 높아졌다. 또 홈에서 등판한 4번째 경기 만에 시즌 첫 승리도 맛봤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인 조니 쿠에토와 맞대결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95개의 공을 던졌고 이 중 66개의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1회 첫 타자 빌리 해밀턴에게 공 3개로 삼진을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한 류현진은 빠른 공과 느린 커브와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신시내티 타자들을 요리했다. 7회까지 4회를 제외하고는 매이닝 삼진을 솎아내며 퍼펙트 경기를 이어갔다.
4대0으로 앞선 8회초 류현진은 첫 타자 프레이저에게 2루타를 맞아 처음 주자를 내보냈다. 아쉽게도 퍼펙트 게임 대기록이 무산된 순간이었다. 이어 안타와 희생플라이로 첫 실점을 한 류현진은 브라이언 페냐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1사 1, 2루 상황에서 홈 팬들의 갈채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윌슨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볼넷과 2루타로 2실점해 다저스는 4대3까지 쫓겼다. 2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투수 켄리 얀선은 삼진을 잡아 이닝을 끝냈고 9회를 무실점으로 막아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냈다.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제 몫을 했다. 3회말 1사 1루에서 첫 타석을 맞은 류현진은 보내기번트를 성공시켜 첫 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1대0으로 앞선 7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는 1사 2, 3루 상황에서 3루 쪽 땅볼 타구를 신시내티 유격수가 놓치면서 시즌 첫 타점도 기록했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23차례의 퍼펙트 게임이 나왔다. 2012년 8월16일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가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최근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15차례 퍼펙트 게임이 나왔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퓨처스(2군)리그에서 롯데 이용훈이 2011년 9월17일 한화를 상대로 퍼펙트를 달성했을 뿐 1군에서는 아직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류현진은 "첫 안타를 맞으니 대기록이 아무나 세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7회까지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구였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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