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흥국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 지난 5~6월 신흥국 위기설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는 일주일간 브라질 헤알화가 달러에 대해 3.7%나 가치가 하락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각각 2.3%, 1.7%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환율 하락과 더불어 주가도 동반하락했다. 한 주 동안 브라질 증시는 3.11%, 남아공 증시는 2.97% 내렸다. 우리나라도 환율 상승과 코스피지수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이유는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변할지 모른다는 예측 때문이다. 며칠 전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임에 따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시기가 내년 3월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양적완화 축소 연기에도 불안감 여전
양적완화 정책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기업의 투자 및 소비자의 소비를 증가시켜 경기를 회복시키는 순작용을 하는 반면 자산가격 버블을 비롯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지금은 낮은 물가에 익숙해졌지만 1970년대까지 인플레이션은 세계경제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 중앙은행의 설립 목적 중 하나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도래하기 전에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시켜야 하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이사회가 미국경제의 회복세를 계기로 이를 조기실행할 것을 염려한 것이다.
미국경제의 회복은 미국을 주요 수출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에는 장기적ㆍ근본적으로 긍정적인 신호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이 늘고 기업의 순이익과 주가도 장기적으로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원ㆍ달러 환율과 주가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해서 세계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미국의 다우지수는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2,000포인트 선을 훌쩍 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실물경제의 회복보다 금융시장이 빠르게 회복한 이유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풍부한 자금 덕분이었다. 따라서 당분간은 미국경제의 회복에 따른 순기능보다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인한 악영향이 더 크게 올 수 있다.
우리나라 주가와 환율은 5~6월 신흥국 위기설 당시에 비해서는 혼란이 작을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먼저 양적완화 축소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고 이를 실행한다는 것은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어느 정도 보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지명자도 이달 13일 양적완화 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12월 조기실행 가능성을 축소시켰다. 그리고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지표가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 신흥국의 혼란ㆍ충격을 흡수할 것으로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통화스와프 확대 등 사전대응 필요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100%에 육박하며 국제자본의 유ㆍ출입도 여타 개발도상국보다 매우 큰 편이다. 따라서 해외 충격에 매우 민감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양적완화 축소 및 신흥국 위기설이 날 때마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 확충과 더불어 양자 간 통화스와프를 확대시키고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CMIM)와 같은 지역금융안정망을 통한 다자간 통화스와프도 확대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추세를 거스르는 외환시장 개입은 피해야 하지만 미세조정 정책은 마다할 필요가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위험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환헤징을 실시하고 수출 대상 국가를 다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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