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시기가 참 미묘하다. 이 장관이 데드라인으로 잡은 6월은 지방선거가 있는 달이다.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내포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WTO 통보일까지는 불과 석달밖에 남지 않는다. 입장을 발표한 뒤 국민에게 필요성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까지 너무 촉박하다. 정부 주장대로 사회 저변에 시장개방을 더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 이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어쩌면 농촌경제를 좌우할 중대 현안이 졸속 처리될지도 모른다.
쌀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긴 하다. 약 400% 이상으로 예상되는 관세가 장벽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관세화 전환 이후 큰 타격을 입지 않은 일본과 대만의 사례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쌀은 단순히 경제적으로만 접근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개방=농촌경제 몰락'으로 인식하는 농민도 설득해야 하고 식량안보 차원의 고려도 있어야 한다. 개방 후 일시적으로 쏟아질지도 모를 수입쌀 홍수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한다. 석달의 시간으로는 턱도 없다.
쌀 시장 개방 문제는 20년간 달궈진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결정의 순간이 됐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면 빨리 정부 입장을 밝히고 공론화의 장으로 끌고 나오는 게 정도다. 그래야 국민도 설득하고 시장혼란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대처할 여유가 생긴다. 지금은 선거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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