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가 주연한 영화 '효자동 이발사(2004)'는 우연한 기회에 청와대 전속 이발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코미디 영화다.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효자동 이발사가 간첩인 줄 알고 신고했더니 알고 보니 중앙정보부 직원. 남다른 신고정신 덕분에 표창을 받은 것을 계기로 평범한 이발사는 청와대로 불려가 대통령의 머리를 깎게 된다. 3ㆍ15 부정선거부터 10ㆍ26 궁정동사건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이발사 눈에 비친 권력의 추악한 이면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권부와 지리적으로 가까웠던 서울의 한 세무서에서도 청와대 표창을 계기로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진 적이 있다. 때는 6공화국 시절.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만 해도 촌지 봉투를 되돌려 주면 두께가 2배로 늘어나고 3번째 거절하면 청와대에 투서가 들어간다는 농까지 돌던 때다. 일선세무서 직원마다 관내 담당구역을 정해준 지역담당관제 역시 밀착 세정지원이라는 명분과 달리 부패에 한몫하던 당시 청와대 사정 팀에서 국세청에 한 세무공무원을 표창 상신하라는 전갈을 보냈다.
△정작 뇌물성 촌지 봉투를 거절해 청렴 공무원의 표상으로 지목된 해당 공무원은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리 공무원의 전형이며 악명 높은 지역담당관이었던 것. 봉투를 되돌려준 사정은 짐작이 가고 남는다. 봉투 두께가 얇았던 게다. 결국 그의 사표로 표창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물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일이다. 문제의 담당관제도는 "내가 죽으면 애국가 4절 모두를 불러달라"던 DJ시절 국세청장 때 폐지됐다. 국세청 직원의 청렴도도 몰라보게 개선됐다. 그럼에도 비리는 끊이질 않고 세무조사를 두고서도 뒷말이 많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세무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의하는 막중한 자리다. 대쪽 같은 원칙론자인 안 위원장이 세무조사에 면죄부를 씌워주려고 그 자리를 수락하진 않았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역을 맡았다. 탈세범이 재수없이 걸렸다고 도리어 큰소리치거나 정권에 밉보여 당했다는 군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대성공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