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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5월12일] <1393> 독일 컴퓨터 'Z3'

1941년 5월12일, 베를린 한셸사 항공기 부문. 연구원 콘라드 추제(Konrad Zuseㆍ당시 31세)가 Z3를 선보였다. 기계식 계산기인 Z3는 10자리의 곱셈과 나눗셈을 3초, 덧셈과 뺄셈은 0.7초 만에 해냈다. 데이터 저장기능이 없었을 뿐 이진법과 프로그래밍 등 Z3는 오늘날의 컴퓨터와 비슷한 원리로 움직였다. 그렇기 때문에 ‘최초의 컴퓨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탄도 계산용으로 1946년에 완성한 ‘에니악’과 영국이 독일군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1944년부터 비밀리에 운용한 ‘콜로서스’처럼 Z3 역시 전투기 설계, 공기역학 분석이라는 군사용도였지만 뚜렷한 차이를 갖고 있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개발비용과 국가의 지원. 거액의 개발비에 수십명 이상의 전문인력이 따라 붙었던 미국ㆍ영국과 달리 Z3 개발비용은 6,500달러가 들어갔을 뿐이다. 연구도 거의 추제 혼자서 수행했다. 독일 정부의 지원이라고는 추제의 군복무 기간을 6개월로 줄여준 정도다. 왜 지원이 적었을까. 근시안과 오만 탓이다. 전쟁을 일으킨 독일은 군장비를 바로 개선하거나 제작할 수 있는 현장기술이나 응용기술 외의 기초기술이나 효과를 증빙하기 어려운 원천기술에 대해서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다. 일반병으로 징집된 추제를 데려오기 위해 ‘항공기 설계를 위한 계산과 분석은 승리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회사의 건의서에 대해 독일 정부는 ‘공군은 천하무적이기 때문에 계산이 필요 없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결국 독일은 패전뿐 아니라 컴퓨터 분야에서 단 한번도 선두에 나서지 못했다. 컴퓨터 천재 추제도 인생 말년은 화가로 보냈다. 첨단에 대한 무지와 근시안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실명제 도입 등 연이은 규제 속에 한국의 인터넷 경쟁력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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