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마식령스키장을 찾아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의 강추위 속에서도 당의 명령을 결사 관철하고 있는 군인건설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마식령호텔은 우리나라의 호텔들 가운데서 제일 잘 건설한 호텔"이라고 평가했다고 15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또 "당의 의도에 맞게 모든 건축물과 봉사시설의 설계와 시공, 건재 선택과 시설물 배치가 정말 잘됐다"며 "우리의 힘과 기술로 건설했으며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좋다"라고 말하며 마식령스키장 건설을 독려했다. 이번 시찰에는 황병서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마원춘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이 동행했다.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 다음날인 13일에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황병서 등을 동행하고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방문해 "선군 조선의 새로운 건설 역사를 창조하자는 것이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며 "건설의 대번영기를 위한 투쟁에서 군 설계연구소가 선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군 설계연구소 방문은 장성택 처형 이후 첫 공개활동이라는 점에서, 마식령스키장은 김정은 본인이 주도한 사업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를 수행한 인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북한의 2인자로 급부상한 최룡해이다. 최룡해는 지난해 4월 김정은 체제 출범과 동시에 총정치국장에 올라 군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등 군 수뇌부를 모두 갈아치우는 등 김정은 체제 공고화를 위한 작업을 착실히 진행하며 김정은의 신뢰를 받았다.
현재 북한 군부 핵심인물들인 장정남, 리영길 총참모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등은 최룡해가 앉힌 소장파들이라는 점에서 군부 내에서의 세력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룡해는 지난해 김정은을 85차례 수행하는 데 그쳤지만 올 들어 무려 143 차례나 김정은을 수행, 장성택 처형 이후 확실한 2인자 자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틀 연속 김정은을 수행한 황병서 또한 향후 김정은 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황병서는 김정일 체제 후반기에 부상한 인물로 당에서 군 업무를 관장해왔다. 특히 2010년 9월 김정은 후계체제의 공식 출발점인 제3차 당대표자회 전날 중장 계급장을 받은 직후부터 김정은의 군부 장악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황병서는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김정은 수행순위 10위권에 들지 못할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으나 올 들어 55차례 김정은을 수행, 최룡해에 이어 두 번째로 김정은을 많이 수행했다.
장정남의 경우 김정은이 13일 방문한 군 설계연구소가 인민무력부 소속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크게 부여하기 힘들지만 올해 5월 우리의 국방부장관 격인 인민무력부장에 오른 소장파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마원춘은 올 들어 45차례 김정은을 수행하며 수행 횟수 순위에서 다섯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등 차기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룡해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이 북한 내에서는 소장파로 분류되기 때문에 향후 최룡해의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 등 김정은 체제의 기틀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 최룡해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의 투톱 체제로 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부장급 등 젊은 간부들이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실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장성택 처형이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존 케리 국무장관의 베트남 방문을 수행 중인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처형은 북한을 강력하고 번영된 국가로 만들겠다는 김정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장성택의 처형은 김정은의 힘을 보여준 게 아니라 잔인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축출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고위당국자를 처형시킨 결정"이라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충성으로 보필했고 김정일 사후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도왔던 인물에 대한 이런 결정은 놀랍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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