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간 US 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13일(한국시간) 우승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상금으로 81만달러(약 9억2,000만원)를 받았다. 여자골프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US 여자오픈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상금이 가장 많은 대회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면서 5억5,900만원으로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전인지는 지난 5월 초청선수로 나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살롱파스컵에서도 우승했다. 상금은 2,400만엔(약 2억1,000만원). 4월 시즌 개막 후 3개월 동안 세계여자프로골프 3대 투어로 통하는 한국·미국·일본 투어에서 상금으로만 16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후원사 인센티브 등을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 이렇다. 세계랭킹은 20위에서 10위로 껑충 뛰었다.
올 시즌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전인지는 '준비된 월드스타'로 통한다. 김효주(20·롯데)와 함께 2013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신인왕은 김효주에게 내줬지만 그 해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초등학교 시절 IQ가 138이었고 수학 영재교육을 받았던 경력이 화제가 됐다. 지난 시즌 승수는 3승.
아버지의 권유로 초교 5학년 때 골프에 입문한 전인지는 학창 시절 충남 서산과 제주, 전남 함평을 거치며 골프를 배웠다. 전 세계랭킹 1위 신지애(27)가 함평골프고 선배다. 한 시즌에 한미일 3개국 투어에서 우승을 경험한 것도 2008년 신지애(한국 6승·미국 3승·일본 1승)에 이어 두 번째. 당시 신지애의 캐디였던 딘 허든이 이번 US 여자오픈에서 전인지의 골프백을 메고 우승을 도왔다. 전인지는 지난해 모교를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했고 최근에는 일본 지진 피해 복구에 써달라며 3,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잘 웃는 선한 인상과 175㎝의 훤칠한 키에 이 같은 마음 씀씀이 때문인지 전인지는 매 대회 상당수의 팬을 몰고 다닌다. 인터넷 팬카페 회원만 3,500여명에 이른다.
전인지는 이날 미국 랭커스터CC(파70·6,289야드)에서 끝난 대회 4라운드에서도 웃으면서 경기했다. 단독 선두 양희영(26)에 4타 뒤진 3위로 출발한 터라 우승에 대한 압박감 없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는 데만 집중했다. 그 결과 버디 7개에 보기 3개로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인 4언더파를 적으며 역전 우승을 이뤘다. 최종합계 8언더파로 양희영과 1타 차. 272타는 US 여자오픈 최소타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10번홀(파4) 그린 옆 벙커에서 두 번 만에 빠져나온 탓에 보기를 적은 전인지는 그러나 12번홀(파3) 버디로 다시 일어섰다. 15~17번홀 3연속 버디가 결정적이었다. 까다로운 3~4m 거리의 퍼트를 쉽게 넣으며 15번홀에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양희영이 16번홀(파4) 이글에 이어 17번홀(파3) 버디를 잡는 사이 전인지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1타 차까지 쫓겼다. 하지만 양희영의 18번홀 파 퍼트는 왼쪽으로 빗나갔고 먼저 경기를 끝낸 전인지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역대 7번째 US 여자오픈 한국인 챔피언이 된 전인지는 역대 3번째 최연소 우승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전인지는 2013년 어깨와 목 통증에 시달리고 지난해는 계속된 어깨 통증에 손가락 부상까지 입어 100%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지만 올 시즌은 꾸준한 재활로 통증을 훌훌 털고 세계를 휘젓고 있다. 오전5시부터 시작되는 미국 올랜도 전지훈련을 독하게 소화하며 왼쪽으로 감기던 샷을 고쳤고 퍼트의 백스윙 문제점도 없앴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공동 3위(5언더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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