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출범한 중국 시진핑호의 최고지도부(상무위원) 내 서열이 바뀐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지만 공식 행사나 CCTV 등 언론에서 반드시 서열순으로 등장하는 등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번 차기 상무위원들의 서열변화에서 시진핑호 국정운영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총리 서열 15년 만에 2위로 격상=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경제 사령탑인 총리 자리가 기존의 서열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1992년 14차 당대회 때 총서기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리펑 총리가 1997년 물러난 후 총리 자리는 줄곧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역대 최강의 실세 총리로 기대되는 리커창 총리가 다시 2위로 부상함에 따라 총리직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임 원자바오 총리는 서열 3위였던데다 이렇다 할 지지계파가 없어 역대 최약체 총리라는 지적을 받았고 이렇다 할 개혁도 추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리 총리는 공청단의 대표주자인데다 정치국원 유임이 확정된 왕양 등 정치국원에 유임된 후배 공청단 지도자들이 경제 담당 부총리를 맡으며 그를 측근에서 보좌할 것으로 전망된다. 왕양 광둥성 서기는 수송ㆍ에너지 등 주요 산업을 담당하는 부총리로 기용돼 리커창이 주도할 국영기업 개혁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청단파인 류옌둥 국무위원도 의료ㆍ보건 등을 담당하는 부총리에 발탁돼 리 총리가 주도할 의료보험보장 확대 등 사회복지 시스템 확충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다 이번에 시진핑에 이어 6세대 지도자로 떠오르는 후춘화 네이멍구 서기 등 공청단 계열의 정치인 10여명이 정치국원에 신규 입성하며 광둥성 서기 등 주요 성의 수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돼 리커창의 경제개혁 조치를 일선에서 실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율 검사위 서기 6위로 올라서=당내 부패척결을 책임지는 기율검사위 서기 서열이 상무부총리를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시진핑 총서기가 15일 신임 지도부 첫 공개연설에서 밝힌 대로 당내 부패 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율검사위 서기 서열이 격상되는 동시에 '위기 해결사' '경제위기 소방수'라는 별명을 가진 경제ㆍ금융통인 왕치산 경제 담당 부총리를 기율검사위 서기에 기용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왕치산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광둥성 투신사 등이 파산위기에 빠지자 광둥성 부성장에 전격 기용돼 구제금융 조치와 함께 일부 부실기업을 과감히 도려냄으로써 금융시장 안정을 이끌어냈고 2003년 베이징에 전염병 사스가 발생했을 때 베이징 시장에 발탁돼 시민에게 있는 그대로 실상을 알리는 동시에 신속한 조치를 취해 신뢰받을 수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공산당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당 부패 문제를 위기 해결사인 개혁적 인사에게 맡겨 당의 일대쇄신을 꾀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왕치산은 당 부패에 대대적인 메스를 대는 동시에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화 등의 투명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라진 공안ㆍ사법 및 선전 최고책임자=9인에서 7인으로 상무위원 수가 줄어들면서 공안ㆍ사법ㆍ정보를 책임지는 정법위 서기와 언론을 담당하는 선전ㆍ이론 담당 상무위원이 사라진 것도 음미해볼 만한 변화다.
모든 지도자의 동정과 비리 등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정법위 서기를 둘 경우 상무위원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중요한 비리사건이 터졌을 때 지도부 간 불협화음을 빚을 수 있다는 데 최고위 지도부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시라이 사건에 저우융캉 전 정법위 서기가 개입하면서 새로운 지도체제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도부 체제 개편에 따라 공안ㆍ사법ㆍ선전 등의 기능은 당 선전부장ㆍ공안부장 등 당정의 하부기관으로 내려가게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