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선재센터 '세라믹스 코뮌'전- 신미경 비누 도자기 작품 등 선봬<br>● 인터알리아 '절차탁마'전- 유승호·김홍주 등 11명 참여<br>● 아트사이드갤러리 '가상유물…'전- 빚고 구운 테라코타 작품만 모아
| 이수경 '번역된 도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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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애규 '반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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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 '슈우(sho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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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미경 '트랜스레이션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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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깎고 다듬던 전통적인 미술작업 방식이 마르셀 뒤샹의 등장 이후 개념미술 중심으로 재편됐다. 사고의 틀을 깨는 역발상의 개념미술도 탁월하지만 인간 본성은 여전히 예술의 본질, 재료의 물성에 대한 그리움과 목마름을 갈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겨울철은 미술계 비수기다. 이를 타파하고자 각 화랑에서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인간의 물성과 본질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물ㆍ불ㆍ흙 '세라믹스 코뮌'= 물ㆍ불ㆍ흙ㆍ바람 같은 원초적인 질료들로 빚어낸 인류태초의 예술재료는 바로 세라믹(ceramicㆍ도자)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려청자를 비롯해 일본이 식민지 시대에까지 탐내 온 도자기술을 간직해 온 배경을 갖고 있다.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한 '세라믹스 코뮌'전을 기획한 이인범 상명대 교수는 "세라믹 예술을 통해 한국인들의 사상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온갖 인위적 재료를 뛰어넘는 세라믹의 본질과 차별성을 통해 한국미술을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참여작가 신미경은 닳아없어질 비누로 만든 전통 도자기를 통해 정신적 가치의 영원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이어붙인 이수경의 작업들은 세라믹을 둘러싼 문화적인 재구성을 보여주며,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고대와 근대를 뛰어넘어 새롭게 갱생된 삶의 실천을 세라믹으로 구조화 해 선보였다. 김나형ㆍ나현ㆍ신상호ㆍ한상구ㆍ이승택ㆍ장 피에르 레이노 등 총 16팀이 참여했다. 전시는 종로구 화동 우리들의 눈 갤러리와 홍지동 상명대미술관 스페이스제로에서 함꼐 열린다. 26일까지.
◇갈고 닦다…절차탁마=삼성동 인터알리아는 물질을 대하는 작가 태도의 변화를 주제로 한 '절차타마'전을 3일부터 연다. 전통 산수화풍의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유승호의 작품을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 보면 전통재료인 먹 대신 '둥' '슈우' '야호' '우수수수' 같은 가벼운 의태어와 의성어를 깨알같이 적어 그린 문자 산수화임을 알게 된다. 상상력과 발랄함으로 전통서화의 관념적 태도에 대한 반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반복적인 세필로 시간을 투여해 공간을 채우는 화가 김홍주, 단단한 돌 오석(烏石)을 깎고 갈아내 자연의 풍경을 담아내는 정광식 등도 만날 수 있다. 박영근, 한영욱, 심승욱, 신미경, 변영미 등 총 11명이 참여해 부드럽지만 진지한 고민을 보여준다. 22일까지.
◇서촌 땅속에서 유물을 찾아내다=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는 흙을 빚고 구운 테라코타 작품들만을 모은 '가상유물 발굴전-서촌, 땅속에서 만나다'전을 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의 흥미로운 점은 경복궁 서쪽마을을 일컫는 서촌을 주제로 이곳에서 발굴될 법한 유물을 상상하며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는 것. 왕족ㆍ귀족들도 살았던 이 지역에서는 실제로 잦은 유물발굴이 이뤄진다. 윤명순의 작품 '시간은 지속된다'는 방금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그릇들을 보는 듯하다. 넉넉한 미소의 아버지를 형상화 한 김주호의 작품, 사생에 잠긴 사람을 형상화 한 한애규의 '반가사유', 군중 속 고독함을 은유하는 듯한 윤주일의 작품 등이 눈길을 끈다. 총 5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전시는 1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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