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 등으로 6개월 만의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한동안 주춤하던 국제 원자재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 같은 상품가 상승은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수요 확대에다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성격도 강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2.50달러(4.6%) 오른 배럴당 56.34 달러에 마감하며 지난해 11월14일 이후 최고치를 형성했다. 기타 상품가격도 지난 2월 저점을 형성한 뒤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선물가격은 3주간 최고치를 기록하며 톤당 4,810달러로 마감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BOT)의 콩선물도 부셀당 11.245달러로 7개월 고점에 도달했다. 구리 선물가격(뉴욕상품거래소(COMEX) 기준)은 올들어 56% 가까이 급등했고, 대두 선물가 역시 올들어 19.3% 올랐다. 26개 선물을 기초로 한 블룸버그 CMCI 상품지수는 이날 2.9% 상승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이들 상품 가격은 유가에 상응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유가 오름세가 확대될 경우 동반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6월 인도분 금선물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7달러(0.7%) 오른 911.30 달러를 기록, 이번 주에만 2.6%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가능성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유가 오름세가 조금 더 계속되라라는 전망에 동의하고 있다. 이날 유가는 원유 재고량이 1990년 이후 최대치에 달했다는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예상 규모에는 못 미친다는 분석 속에 오름세를 유지했다. 휴가 등 여름 수요를 앞두고 지난 주 미국 내 정유시설 가동률은 85.3%로 전주 대비 2.7%포인트 올랐다. 특히 포브스지는 이날 미국의 경기침체가 5월 내에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일 발표된 미 ADP고용보고서 역시 실업자 급증 추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밖에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헤지 수요에 기반한 상품 랠리의 다른 근거가 되고 있다. 호주 커머디티워런트사의 토비 하살 애널리스트는 "거시지표에 대한 긍정적 믿음이 계속 쌓여가고 있다"며 "다음 유가 상향 목표로 배럴당 60달러 선을 둬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바클레이즈캐피탈은 이날 유가가 2개월 내 70달러 이상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상품가 랠리는 금값 상승과는 무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월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섰던 금값 상승은 시장 침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도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구엘 페레즈-산탈라 헤라우스 귀금속운용의 판매 부사장은 "투자자금은 갈 곳이 없을 때 귀금속 시장으로 향한다"며 "다른 쪽이 좋아보인다면 금의 매력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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