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애플이 1년 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승인을 거쳐 미니밴을 닮은 전기차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쿡 CEO는 지난해 9월 "아직 시장 루머조차 돌지 않는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본사 바깥에 디자인연구실을 차렸고 포드 출신으로 아이팟·아이폰 개발을 이끌었던 스티브 자데스키 부사장이 비밀계획을 총괄하고 있다. 프로젝트에는 이미 수백명의 엔지니어가 참여하고 있으며 자데스키는 회사 내 어느 부서에서든 필요한 직원을 1,000명까지 뽑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FT에 따르면 애플 임원들은 오스트리아까지 날아가 고급차 회사인 마그나슈타이어 관계자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포드 디자이너인 나크 뉴선, 벤츠에서 북미법인 연구개발(R&D) 대표를 지냈던 요한 중윌스를 영입하기도 했다. WSJ는 "애플은 지난 분기 매출이 30%나 늘었는데도 여전히 미래 성장을 견인할 획기적인 돌파구가 부족하다는 의문에 시달리고 있다"며 "애플이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시장도 점령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수년간의 개발기간, 까다로운 정부 규제 등 걸림돌도 산적해 있다. 자동차는 단일 공장 건설에만 10억달러 정도가 필요하고 1만개 이상의 부품조달을 위한 거대한 공급망이 요구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전기차를 만들기가 너무나 힘들다"며 종종 불평할 정도다. 테슬라는 2010년 캘리포니아 도요타 공장을 4,200만달러에 값싸게 인수했는데도 지금까지 수억달러를 투자하고 있고 지난해 판매량은 3만1,655대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플이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연구만 진행하다가 결국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현금 동원력과 기술력 등을 감안하면 애플이 '게임 메이커'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크다. WSJ는 "애플은 전기차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을 개발해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쓰고 있고 방대한 공급망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튠스, 지도 찾기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카플레이'를 개발해 20여개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한편 전기차 개발의 선두 업체인 테슬라는 예상치 못한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 등에 시달리는 테슬라는 최근 지난해 4·4분기에 주당 13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테슬라는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 판매가 저조하자 현지 법인장을 1년 만에 세번이나 갈아치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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