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단두대라는 표현까지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경제 분야의 규제 실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규제건수는 2003년 7,855개에서 올해 10월 말 현재 1만4,987건으로 불어났다. '손톱 밑 가시' '암 덩어리'로 규제를 지목하며 개혁을 외친 현 정부 들어서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월과 비교해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는 규제를 하나도 줄이지 못했고 금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되레 늘렸을 정도다. 심지어 감축목표로 정부가 제시한 규제항목 중 상당수는 이미 폐지됐거나 중복된 것들이 많아 '꼼수 규제완화'라는 눈총까지 받는 실정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개혁을 강조해도 공무원의 '규제 본능'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의원입법 규제는 말할 것도 없다. 19대 국회 들어 의원발의 법안은 1만2,000건가량으로 18대 국회 전체 건수 수준에 육박했다.
규제개혁은 우리에게 실로 화급한 과제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나락에 빠진 것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규제개혁'에 실패한 탓이다. 이 점을 규제당국과 국회가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 경제는 이미 금리인하와 확장적 재정지출이라는 두 개의 화살을 쏜 상태다. 뒤이어 구조개혁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일본처럼 경제후퇴를 초래할 수도 있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혁신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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