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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표, 총선 협조 거부… 李대통령과 대립각 "공천, 국민도 나도 속았다" "정권교체 공신들 당을 나가게 만들어 비통" "당다시 바로잡겠다" 당권 재도전뜻내비쳐李대통령, 姜대표에 직접 전화 불출마 만류 홍재원 기자 jwhong@sed.co.kr 23일 한나라당 공천을 비판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목소리에는 독기마저 품어져나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공천 결과에 대해 "속았다"는 표현을 직설적 표현을 쓰면서 한나라당의 총선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4ㆍ9 총선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철저히 '여당 내 야당'의 길을 걸을 경우 새 정부와 여권 내부의 권력 지형도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한나라당 수도권 출마자 20여명이 집단으로 청와대와 지도부가 공천 결과에 대해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 공천 갈등이 파동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 같은 당 내 반발에 대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전격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당 내 내홍이 쉽사리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강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박 전 대표를 겨냥, "더 이상 시비를 걸지 마라. 친박 연대에 대한 지원은 없다"고 공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강 대표의 불출마 선언 이후 강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나도 측근들 잘려나가 안타까운데 왜 당신이 책임지냐"고 불출마를 만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총선 협조 거부, 최대 변수로=박 전 대표는 이날 "정권교체를 이루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분들이 이유도 모른 채 공천조차 받지 못해 비통하다"며 "당을 살리기 위해 손발이 부르트도록 전국을 누빈 공신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당을 나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건투를 빈다"고도 말했다. 총선에 나선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지원 거부는 물론 사실상 탈당해 출마한 좌파 인사들에 대한 지지의 뜻을 천명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회견이 총선 전체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도권과 영남에서 낙천한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이 대거 출마를 선언한 상태여서 이들이 박 전 대표의 '무언의 지원'으로 탄력을 받을 경우 자칫 한나라당의 총선 전략 자체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도 이 부분을 다분히 의식한 듯하다. 그의 주변에서는 "한나라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에 오히려 당 안팎의 친박(親朴) 당선자들의 움직임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정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박 전 대표의 '계보 정치'와 '해당 행위'가 논란이 될 수 있다. 강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박 전 대표의 '지도부 책임론'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춰 명분을 약화시킨 것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대통령과 대립각, 당청 관계는=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동안 대립각을 이어가겠다는 점과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새 정부 초반 당청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 전 대표는 회견에서 "상향식 공천은 사라지고 당ㆍ대권 분리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번 공천이 대선 경선에서 지면 끝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권력이 정의를 이길 수는 없다" 등 이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를 쏟아냈다. 대권 전략면에서도 이 대통령과 국정 파트너 위치를 거부하고 경쟁적ㆍ비판적 위치에 서겠다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구체적으로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재도전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한나라당을 다시 꼭 바로잡겠다"며 "그것이 국민과 당을 위해 해야 할 일이며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박 전 대표는 두 번 당 대표를 지내 대권 도전 전 당 대표를 다시 맡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공천 파동을 거치며 당 재개혁을 명분으로 당권 장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선다면 당권은 무난할 것이란 당내 견해가 지배적이다. 강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 이재오 의원 등이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돼왔지만 중량감에서는 박 전 대표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박 전 대표가 다시 당권을 쥘 경우 이명박 정부의 초기 당청 관계는 순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청와대는 당 공천과 무관하다"며 파장 축소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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