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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블레어 전 총리가 남긴 것

뉴욕타임스 6월 27일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다는 사실 이외에 많은 것들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는 숱한 제도개혁을 통해 영국을 변화시켰다. 또 집권당인 노동당을 중도좌파로 이끌며 새로운 정치 풍토를 개척했다. 이라크전에 대한 그의 외교정책 실패가 아쉽다. 블레어 전 총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보수적 통치이념 중 실리적인 부분을 국정운영에 적극 수용했다. 이제 그는 자신이 이룬 성과를 고든 브라운 차기 총리에 고스란히 넘기게 됐다. 블레어 전 총리의 가장 큰 업적은 북아일랜드 지역에 민주주의의 정착과 평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지난 십수년간 영국 지도자들에게 아일랜드 독립 분쟁은 고질적인 골칫거리였다. 그 어떤 지도자도 딱히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블레어 전 총리는 드문 용기와 통찰력으로 북아일랜드 문제의 해결을 시도했다. 사회정책에서 블레어 전 총리는 영국의 국민건강보험제도와 교육제도의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그의 개혁은 보수적 대처리즘에 기인한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했지만 그가 소속된 노동당은 그의 이 같은 정책에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블레어식 개혁이 영국 금융시장의 기반을 튼실히 한 것은 확실하다. 반면 외교정책에서 블레어 전 총리는 행동이 먼저 앞서는, 내부 간섭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코소보 독립을 위한 파병은 옳은 결정이었으나 그보다 더욱 신중해야 했던 이라크 파병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블레어 전 총리의 최대 불행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외교 파트너로 만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가 이라크를 두고 외친 발언들은 진정 이라크 국민의 안녕을 위한 게 아니었다. 본인은 도와준답시고 관여했겠지만 실제로 해만 끼치는 훼방꾼 역할에 그쳤을 뿐이다. 블레어 전 총리도 아마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자국민들에게 파병에 대한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어떤 근거로 파병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지금까지도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세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영국 유권자들은 블레어에게 신뢰의 표를 던졌다. 블레어 전 총리의 가장 큰 실수는 이 신뢰를 보답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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