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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본질 잃은 창업자금 사후관리


"돈을 대출해준 공공기관에서 지로 용지를 내밀며 잡지를 구독하라고 하면 누가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약 2조원의 정부자금이 창업활성화를 위해 투입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눈먼 돈', '빛 좋은 개살구'라며 자금 위주의 창업지원 정책을 비판한다. 건실하게 기업을 세우기보다 자금지원에만 열을 올리는 이른바 '사이비 창업가'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가들에게 돈만 쥐어줄 것이 아니라 성공한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멘토링 등 '사후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전용창업자금이 눈에 띄는 것은 이같은 사후관리에 방점을 찍어서다.

이 자금을 받으면 중진공 직원과 전문 경영 컨설턴트들이 직접 찾아와 경영진단 등 사후관리를 해준다. 그러나 이같은 현장 경영진단이 창업가들에게 중진공의 기관지를 파는 시간으로 전락했다면 납득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한 창업가는 "사업계획서부터 각종 서류를 준비해 방문 시간을 기다렸지만, 성의없는 질문만 하고서는 '창업 1년차들은 매달 50% 할인된 4만8,000원을 내면 잡지를 구독할 수 있다'며 지로 용지를 내밀었다"고 어이없어했다. 이어 "매출도 하나 없는 회사라 힘들다고 했더니 매출이 발생하면 책을 구독하겠다는 사인을 지로용지에 남기라고 해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푸념했다. 이 잡지는 중진공이 매월 발간하는 기업나라다.



최대 1억원까지 빌려주는 청년전용창업자금의 사후관리가 중진공의 기관지 판매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판매 부수에 비례해 성과평가를 매기던 것도 사라진 지금 35년 전통의 알짜정보로 구성된 경영·기술잡지가 이렇게 강매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중진공 역시 "지역본부의 성과평가 중 하나로 활용되던 판매실적이 지난해부터 사라져 그럴 이유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을 받는 '을'의 입장은 다르다. 신용보증기금에선 중소기업 지원기관 본연의 업무를 위해 신보에이드라는 관계사를 통해 '신용사회' 잡지를 발간해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 있다.

50% 할인된 금액으로 잡지를 보라고 강권하는 게 아니라 기업을 일으키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진짜 창업지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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