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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 24일] 美 건강보험 개혁에서 배워라

지난 2006년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으로 있을 때 허리 디스크가 발병해 미국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1주일 동안 병실에 누워 별다른 검사도 하지 않고 단지 엑스레이를 한 번 찍었다. 퇴원할 때 병실비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1주일간 사용한 병실비용이 1만달러(1,200만원)였다. 계산이 잘못됐나 하고 원무과에 알아봤지만 정확한 정산금액이었다. 미국 의료보험제도는 '모순과 부실'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료보험 비용이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보니 가난한 저소득층은 의료보험 가입을 꿈도 못 꾼다. 무릎이 찢어진 가난한 사람이 자기 집에서 직접 무릎을 꿰매는 비극을 고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SiCKO)는 허구를 고발한 것이 아니다. 미국 인구 3억명 중 무보험자는 5,400만명가량으로 전체 인구의 18%에 달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100년 숙원사업으로 꼽혔던 건강보험을 개혁시켰다. 개혁법안에 반대했던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까지 찾아다니며 설득해 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반대파 의원들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태워 설득작업을 벌였고 신문 취급도 하지 않던 폭스뉴스에도 출연해 의견을 달리하는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공화당 의원 178명은 전원 반대표를 던질 정도로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결사 항전했지만 단상을 점거하거나 의사진행을 방해하지 않았다. '게임의 룰'을 준수하며 페어플레이 경기를 국민들에게 보여줬고 결과에도 승복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했다. 미국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향기가 나지만 대한민국이 백년대계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 현기증이 난다. '아군(我軍)이 아니면 모두 적(敵)'이라는 이분법 논리에 빠져 양보와 타협을 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야당은 정부ㆍ여당이 내놓는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만 한다. 정치판이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면서 국론도 분열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ㆍ야당은 어느 재벌총수가 왜 한국 정치를 4류라고 했는지 곰곰이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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