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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복 대신 양복입고 새만금 찾은 대법관들

대법원이 요즘 관행을 깨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소송을 담당하게 된 대법원 1부 담당 대법관 4명이 현지를 방문해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대법원이 직접 현장검증에 나선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권위의 상징인 법정을 벗어나 국민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보기 좋다. 법복 대신 넥타이에 양복 차림으로 현장에 나타난 대법관에게 친근감마저 느껴진다.

그동안 국민에게 법은 어렵고 두려운 존재였다. 법전은 읽어도 무슨 얘기인지 알기 힘들고 법원 앞에 가면 왠지 모르게 위축되곤 했다. 차별 없이 만인에게 평등하다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법은 법관과 변호사ㆍ검찰만의 특별한 영역이었다. 권위주의적인 법관과 법정의 위압적 분위기도 국민과 사법부의 거리를 멀어지게 했다.

하지만 최근 사법부가 달라지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5일 법의 날 기념사를 통해 "법은 국민을 속박하고 제한하는 틀이 아니라 보호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법 원칙을 강조하던 이전과는 대조적이다. 법원이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고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폐쇄적인 법원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남편 동의 없이 양육 중인 자녀를 친정에 맡긴 베트남 여성에 대한 공개변론이 진행되는가 하면 부부강간에 대해서는 생중계도 이뤄졌다. 일반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법원 견학을 늘리고 학교에서 판사가 진행하는 법 교육 시간을 확대한 것도 변화를 위한 시도로 보인다.

대법원과 대법관의 변신은 법을 정태적인 문구가 아니라 현실 속으로 파고 들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관행을 벗어버린 법이 국민에게 다가가고 소통할수록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한 단계 더 높아진다. 각종 관행과 불통에 둘러싸여 추가경정예산에 쪽지예산을 끼워 넣고 선거 때 내건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정치인에게서는 바랄 수 없는 것들이다. 본받을 만한 정치인이 없더라도 신뢰 받는 법관이 존재하는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국민에게 다가온 사법부와 법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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