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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견기업 위험하다

뉴욕 소재 라자드 자산관리회사가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이 엉망인 한국의 중견기업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올해까지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000억원의 자금을 조성할 예정인데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투자자문과 기업분석 등을 맡고 있다. 월가(街)의 한국시장 데스크들과 펀드매니저들이 라자드 자산관리가 야심작으로 내보인 한국기업 지배구조개선펀드(KCGF) 출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결과가 좋을 경우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후속으로 만들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이들 자산관리회사는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재벌 대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과 코스닥 상장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중견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대기업들보다 더욱 왜곡돼 있고 형사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을 정도로 탈법과 위법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데 있다. 월가의 내로라하는 한국 데스크들을 만나보면 ‘중견기업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비리가 심각하다’ ‘대기업들은 이에 비하면 양호하다’ ‘소액주주들이 중견기업들의 비리를 안다면 들고 일어날 것이다’ ‘특정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도 불사하겠다’ 등 일부 중견기업에 대한 불신감과 적대감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한국정부가 삼성ㆍ현대ㆍSKㆍ대우 등 대기업들의 경영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중견기업과 코스닥기업에 대한 감시와 적법한 규제가 소홀했던 만큼 일부 중견기업들이 대기업보다 더 정교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가의 한국 데스크들은 어느 정도 지분이 모아지면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한국판 엔론’ 중견기업에 대해 주주권익 훼손을 이유로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라자드가 운용하는 KCGF가 소액주주들의 환영을 받으며 성공할 경우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 상장기업의 주가수익률(PER)은 10.2배에 불과하다. 이는 싱가포르(15.1배), 말레이시아(13.6배), 필리핀(13.4배), 인도네시아(11.5배) 등 이웃나라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기업 디스카운트의 이면에는 한국기업의 왜곡된 지배구조와 회계비리가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제 해외 투자자들의 날카로운 눈은 한국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소버린이 SK를, 칼 아이칸이 KT&G를 공격한 것은 중견기업을 겨냥한 신호탄에 불과하다. 제대로 정비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가는 중견기업들이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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