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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R&D 성공을 위한 '최종병기'


'리사' '넥스트' '락커폰' 그리고 '모바일 미'. 조금 생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들 단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스티브 잡스 생전의 대표적 실패작들이라는 점이다. 첨단 기능을 시도했던 리사 컴퓨터, 음악 서비스가 최적화된 휴대폰을 구현하려 했던 락커폰, 최초의 온라인 클라우드서비스 모바일 미 등은 당시 높은 가격, 기능상 버그, 시장과의 미스매치 등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적 사고를 가졌던 제품이었음에는 분명하다. 또한 이렇게 창의적 아이디어를 시도한 다양한 실패와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아이팟ㆍ아이폰ㆍ아이패드 등 세상을 바꾼 혁신적 제품들도 없었을 것이다. 잡스의 생애를 들여다보면 이처럼 실패한 제품들이 성공한 것보다 더 많다. 100년쯤 뒤로 돌아가 발명왕 에디슨을 보자. 그의 천재성과 도전성은 어릴 때 거위알을 직접 품어 부화하려 했다거나 화물차에 실험실을 만들어 밤을 새워 몰두했다는 일화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에디슨도 최대 발명품인 백열전구를 발명해서 성공하기까지 2,000번 넘게 실패했다. 나중에 한 젊은 기자가 에디슨에게 수없이 실패했을 때의 기분을 물었다. 에디슨의 대답은 "실패라니요? 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전구가 빛을 내지 않는 2,000가지 원리를 알아냈을 뿐입니다."그에게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었다. 이처럼 찬란한 성공 뒤에는 수많은 실패가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성공도 없다. 우리나라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보면 지원과제의 성공비율이 90%가 넘는다. 높은 성공률의 이면에는 크게 두 가지 속사정이 있다. 하나는 사전에 제시된 개발목표를 달성했는가에 따라 성공을 판정하는 것, 또 한 가지는 개발 결과가 실패 판정을 받을 경우 치러야 하는 대가가 크다는 점이다. 실패로 판정나면 몇 년간 국가 지원사업 참여를 제한 받을 수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창의적이고 위험한 연구보다는 검증이 용이한 개발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적당히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일 게다. 새로운 연구과제를 심사하는 절차에서도 가장 우선적인 평가 잣대는 개발 성공 가능성이다. 선진국의 기술제품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풍토가 만연해 비교기준이 없는 제품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판단기준이 없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즉, 과제의 창의성이나 도전성, 연구개발자의 실패로 축적된 노하우를 끄집어낼 수 있는 평가장치는 아직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스티브 잡스나 에디슨이 태어난다고 해도 정부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는 것은 어렵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연구개발 사업 측면에서 개별과제의 확실한 성공이나 철저한 연구비 관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모험을 기피하게 하는 과제 지원방식으로는 잡스나 에디슨처럼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창의성, 보다 높은 목표를 꿈꾸는 도전성, 그리고 실패로 축적된 노하우를 끄집어낼 수 있는 평가기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최근 국가 연구개발 사업이 창의성ㆍ도전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창의적 연구개발 수행과제를 지원하고 부도ㆍ폐업 경험이 있는 사업자도 과제책임자가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지원하는 등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더불어 연구개발 과정의 실패 사례들이 다음 과제를 성공시키는 '최종병기'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달라진 연구개발 관리 시스템이 기술강국을 이끄는 최종병기가 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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