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로 숨어들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불법 사행산업을 규제할 뾰족한 대안은 없을까.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솜방망이 처벌 규정과 정부 부처 간 떠넘기기 관행 탓이다. 우선 적발 당해도 소액의 벌금을 물면 그만이다. 사설경마 운영자에 대한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소규모 업자라도 한달에 1억원씩 수입을 올리는 판에 벌금은 무용지물로 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사설경마 단속이 일선 경찰관들에게는 오히려 귀찮은 일거리라는 점도 문제다. 한번 출동하면 최소한 5~10명의 경찰이 따라붙어야 하는데 주말에 이만한 인력을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번 적발된 사설경마범이 재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폭력조직과 결부돼 아예 본거지를 중국으로 옮기는 폭력형ㆍ지능형 사설경마도 등장하고 있다. 갈수록 적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약 2만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불법 다단계 업체에 대한 처벌도 마찬가지다. 법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실형 선고의 경우 1년 전후가 보통이다. 불법 다단계는 감시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퍼지고 있다. 정부 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맡고 있지만 공정위는 등록된 다단계 업체만, 금감원은 유사수신행위에 대해서만 각각 규제하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망을 빠져나갈 구멍이 크다. 불법 다단계 피해를 신고하고 진정하기 위해 공정위와 금감원을 오갔던 한 피해자는 ‘공정위와 금감원이 서로 저쪽에 가서 알아보라며 미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피해 당하지 않으려면 소비자 스스로 허가 받은 다단계 업체인지 보험에 가입됐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등록 접수만 하면 그만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정보산업기술의 발달도 불법 사행성 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 사이트를 개설하고 수시로 주소를 옮기는 경우 조기 발견과 차단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공직 출신의 한 대학 교수는 “당장 업무 조정과 법 개정이 어렵다면 관계기관 대책회의 등 협조체제를 구축해 유연한 행정을 펼치는 것도 단기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권홍우 편집위원, 서민우ㆍ진영태(사회부), 이승현(국제부), 김태성(생활산업부), 임진혁ㆍ윤경환(증권부), 탁시균ㆍ조은지(편집부), 김경미(부동산부), 김지아(문화레저부)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