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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아름다움이란 없다. 이 같은 한계가 화가들의 열망을 자극해 아름다운 존재를 화폭에 혹은 조각으로 간직하게 만든 것 아닐까. 늙어갈 여인과 썩어버릴 과일, 시드는 꽃 등. 일본작가 신지 오마끼(38)는 유한한 아름다움을 지난 존재인 ‘꽃’을 주제로 작업해 왔다. 그의 작품은 감상자가 다녀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국내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소격동 선컨템포러리. 어둑한 지하 1층 전시장은 공간 전체가 설치작품 ‘검은 방’으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전등갓 위에 수정액으로 꽃을 그려 “빛을 통해서만 보여지고 쉽게 사라지는 유한한 존재”를 보여준다. 뭔가를 지워내는 수정액이라는 물질이 환한 꽃으로 피어나는 것은 묘한 아이러니다. ‘차츰 지워지는’ 오마끼의 작품은 전시기간 중 한정된 장소에서 의미 있는 것이기에 전시가 끝나면 사라지게 된다. 2층 전시장에는 바닥의 검은 색 펠트 위에 흐드러지게 꽃이 피어있다. 크리스탈 가루로 만든 꽃들이다. 작품이지만 그 위를 걸어다녀도 괜찮다. 작가는 이 같은 설치작업을 통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거나 작품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유도한다. 설치 작품을 통해 평범한 공간이 비범한 공간으로 바뀌어 예술작품과 삶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게 작가의 의도다. 일상생활 놓치기 쉬운, 사라져 버리거나 일시적으로만 보이는 것들을 관조적으로 조용히 드러내는 작업에는 그의 인생관도 투영됐다. 이번 국내 첫 개인전에는 벽에 걸 수 있는 평면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는 24일까지. 작가는 오는 10~13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국제아트페어 SH컨템포러리에서 ‘무엇이 현대미술인가’라는 주제의 포럼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02)720-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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