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창하오는 인품이 온후한 사람이다. 모략과 술수를 즐기지 않고 언제나 당당하고 명백한 길로 간다. 그러나 패배가 분명해진 마당에 왔으므로 그도 판을 흔들어 변수를 찾고 있다. 백54로 붙인 이 수순이 그의 마지막 흔들기였다. "일단 가장 까다로운 곳을 찾아냈습니다."(강동윤) 이세돌은 3분 동안 수를 읽고 흑55로 정확하게 받아쳤다. 창하오는 초읽기에 몰리면서 고민하다가 백56으로 받았다. "옥쇄를 각오하고 있군요. 곧 던질 것 같습니다."(홍민표) 정상적으로 두자면 참고도1의 백1로 받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흑2로 따낸 후에 4로 끊는 수가 있다. 계속해서 흑6으로 고개를 내밀 때 백의 응수가 두절된다. 실전보 흑59는 냉정하고 침착한 수. 하변에는 더이상 아무 수단의 여지가 없다. 백60은 마지막으로 던질 구실을 찾아본 수순이지만 이세돌은 흑65로 급소를 짚어 확실하게 응징해 버렸다. 흑69를 보고 창하오가 돌을 던졌다. 계속해서 둔다면 참고도2의 백1 이하 흑10인데 백이 20집도 더 지는 그림이다. 첫 출전에서 이세돌은 멋지게 승점을 올렸다. 이제 남은 상대는 숙적 구리9단뿐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바로 다음 날 구리와 맞붙게 된다. 만약 그 판을 이기면 그것으로 우승이다. 주장인 이창호는 한 판도 두지 않고 우승상금 배분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169수끝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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