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도 1.3%, 광공업생산 역시 1.8%씩 증가해 생산과 투자·소비가 모처럼 트리플 호조를 보였다. 11월 수출도 전년동월 대비 0.2% 늘어나며 연속 22개월째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나갔다. 경상수지 흑자는 연말쯤이면 630억달러가 쌓여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칠 기세다.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미약하나마 경기회복세가 읽힌다는 정부의 진단이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보면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 구조적인 문제점은 여전한 가운데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몇몇 수출 대기업을 빼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면할 정도에 불과하다. 누적되는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며 수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흑자 자체도 수출보다는 수입증가폭 하락이 주도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여서 기뻐할 게 못 된다.
주요 대기업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자산을 불리고 있다는 것은 경제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점을 대신 말해준다. 더욱이 유동자산을 처분하는 그룹은 자금사정이 나쁜 것으로 알려진 하위 그룹일 뿐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상위 그룹의 유동자산 증가율은 재벌그룹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다소 호전되는 경제지표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전파하기보다 냉철한 분석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여건을 재점검하고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위해 정치권이 힘을 모으지 않는 한 경기지표 호전도 반짝하고 끝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