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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기다렸다"… 구애 공세

미국계 로펌 예비심사 접수 첫날 6곳 몰려<br>한·EU FTA 발효 이후 1곳 신청 영국계와 대조적


이달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한국에 진출하려는 미국 법무법인(로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법무부가 국내 진출을 원하는 미국 법률자문사의 예비심사 신청을 받기 시작한 첫날인 6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의 법무부 2층 국제법무과 앞 복도는 이른 아침부터 북적댔다.

문 앞에 붙은 접수 시작 시간은 오전9시. 하지만 1시간 전부터 국제법무과 복도 의자는 빈자리가 없었다. 법무부의 업무가 시작되기 두세 시간 전부터 미리 복도에 진을 친 곳도 있었다. 롭스앤그레이를 대리해 신청하러 온 법무법인 화우의 박형배 변호사는 "성의를 보이기 위해 오전5시50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아침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서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법무부 청사를 찾았다고 전했다.

세계 로펌 순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계 로펌의 국내 진출 의지는 영국계 로펌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한ㆍ유럽연합(EU) FTA 발효 이후 법무부에 예비신청서를 낸 곳은 세계 3위의 클리포드챈스 한 곳뿐. 그것도 한ㆍEU 발효 이후 6개월이 지난 올 초에야 이뤄졌다. 하지만 미국계 로펌의 경우 심사 신청을 받기 시작한 첫날인 이날만 6곳이 신청서를 내밀었다.

6개월이나 뜸을 들인 영국계 로펌과는 달리 미국계 로펌은 초반부터 공세적인 모습이다. 신청 요건 중 하나인 3년 이상 한국 활동 경력이 있는 교포 변호사가 많은 점도 영국계 로펌에 비해 미국계 로펌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이날 접수를 마친 미국계 로펌은 클리어리고틀립ㆍ폴헤이스팅스ㆍ롭스앤그레이ㆍ세콰이어샌더스ㆍ세퍼드멀린ㆍ코헨앤그레서 등 여섯 곳. 접수번호 1번은 폴헤이스팅스에 돌아갔다. 이 순서대로 심사가 통과할 경우 폴헤이스팅스는 국내 진출 미국계 로펌 1호를 차지하게 된다.



김종한 폴헤이스팅스 한국지사 총괄 파트너 변호사는 "10년이 넘게 한국 진출을 기다렸다"며 "현재 한국 지사에 10명의 변호사가 있지만 앞으로 2~3년 내 2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로펌 순위 25위권인 폴헤이스팅스는 지난 1970년대 한국산업은행이 미국에 진출할 때 법률 자문을 맡는 등 오랫동안 한국 법률 시장에 관여해왔다. 손승철 코헨앤그레서 변호사는 "한국에 진출해 국내 로펌과 경쟁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대기업 관련 사건에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접수를 한 미국계 로펌은 여섯 곳이었지만 조만간 그 수는 2~3곳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진출 의사를 밝힌 맥더못윌앤드에머리나 심슨대처&바틀릿 등도 조만간 신청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장우 법무부 국제법무과 과장은 "우수한 미국 변호사가 국내에서 활동해 국내 법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사를 신청한 로펌은 예비심사(2~4개월), 정식심사(2~3주), 대한변협 등록 절차 등 3~5개월 정도 기간이 지난 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에 따라 미국 로펌은 1단계 법률시장 개방 기간인 오는 2014년 3월14일까지는 미국법과 관련한 자문만 가능하다. 2017년 3월14일까지인 2단계 개방에서는 국내 로펌과 제휴해 국내법 사무를 일부 처리할 수 있으며 이후 3단계부터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국내 소송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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