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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선거후 경제는 누가 챙기나

5ㆍ31 지방선거는 참 희한한 선거였다. 과정이 그랬고 결과도 그렇다. 과거 선거운동에서 ‘1당 독주 견제론’은 야당의 전매특허 같은 슬로건이었다. 안정론과 방어적 자세는 늘 여당의 것이었다. 이게 완전히 뒤바뀌었다. 여당은 ‘한나라당의 싹쓸이만은 막아달라’고 국민들에게 읍소했다. 반면 여당은 안전운행에 주력했다. 결과는 더욱 황당하다. 아마도 선거사상 초유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불확실성 증폭시킬 정치과잉 지방선거의 끝은 ‘정치과잉(過剩)’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정계개편과 함께 대선(大選) 국면이 앞당겨 전개되면서 온통 관심이 정치 쪽으로 쏠려 다른 분야를 압도해버리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걱정스럽다. 우리 정치의 수준 때문이다. 정치가 사회통합과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보다는 오히려 발목을 잡지 않았는가. 생산성 낮은 정치가 더 극성을 부릴 것을 생각하면 암담하다. 정치권의 한바탕 소용돌이는 의문의 여지가 거의 없다. 우선 여당의 사정이 심상치 않다.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열린우리당 당의장은 민주당과의 통합 등 정계개편을 들고나왔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직계그룹은 책임론을 제기하며 당을 떠나라고 몰아세웠다. 선거가 끝났으니 책임론이 더욱 강하게 대두되고 계파간 갈등과 분열은 훨씬 첨예해질 것이 뻔하다. 민주당이 선거 전 여당을 가리켜 ‘선거가 끝나면 없어질 정당’이라고 했던 말을 단순한 정치적 수사(修辭)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도 대선 후보들의 각축이 본격화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노 대통령과 기존정당 밖의 거목인 고건 전 총리의 움직임이다. 그들의 행보에 따라 정치 풍향계는 더욱 거세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의 레임덕 현상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여당의 잠재 대선 후보들의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나 거리두기 시도도 배제할 수 없으며 그 경우 권력누수는 가속화할 것이다. 정치권의 지형변화와 권력누수는 관료사회의 복지부동과 권력판세 읽기 및 줄서기 등을 부른다. 그 결과는 국정표류다. 덩달아 기업들도 몸을 사리게 된다.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데 누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는가. 경제 리더십 절실하지만… 지금 나라 사정은 한가하지 않다. 경제활성화, 고령화문제와 연금개혁, 양극화 해소와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 노동법 개정 등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안간힘을 써도 해결이 녹록하지 않은 문제들이다. 그런데 미약한 추동력마저 더 약화될 상황이니 불안하다. 가장 큰 걱정은 역시 경제다. 민생의 으뜸 요소이기 때문이다. 대내외 경제여건은 우리에게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하락으로 수출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기업의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이들 악재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심각성은 더하다. 내부 환경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투자부진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고 고용사정도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해외소비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반면 내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증시는 세계적 인플레 우려와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버블 논란을 빚고 있는 부동산도 골칫거리다. 게다가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 등으로 기업의 사기와 의욕도 떨어졌다. 민간연구소들은 하반기 성장률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고, 내년이 더 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비상한 각오와 자세로 덤벼들어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제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여러 변수를 꼼꼼하게 점검하며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사기를 북돋으며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기대난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리더십, 특히 경제팀의 리더십은 오래전부터 낙제점 평가를 받아왔다. 정치바람으로 그것조차 흔들리게 됐다. 참여정부 잔여 임기의 경제를 생각하면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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