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는 쳤지만 번번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실패하자 정부가 꺼낸 카드는 '분할매각'이다. 인수가격 부담 등을 덜고 수요자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증권·지방은행 등 우리금융의 계열사를 하나씩 분산매각해 성공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으로 남은 게 '우리은행'이다.
분할매각 방식이 성공하자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은행 매각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 경영권을 포함한 30% 지분매각과 5~10% 정도의 지분을 쪼개 파는 희망수량경쟁입찰 등 더블트랙 방식이다. 3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지분 30%를 인수하면 우리은행을 품을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수지분 입찰에서는 낙찰 받는 1주당 0.5주의 콜옵션(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하기로 했다.
공자위는 23일 제96차 회의에서 우리은행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보고 받고 이같이 결정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은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면서 "더블트랙 방식, 콜옵션 등 새로 시도되는 방식인 만큼 추진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나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해나간다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3조원이면 우리은행 인수…유효경쟁 장담 못해=경영권을 포함한 30%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약 3조원 정도의 인수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의 시가 및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계산이다. 매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지주회사 및 은행 간 합병을 거쳐 소유규제가 적은 은행 형태로 매각함으로써 잠재투자자의 범위도 확대했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1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존속법인을 우리은행으로 변경했다"며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이 변경돼 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해도 재상장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유효경쟁 가능성은 장담하기 힘들다. 공개적으로 경영권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곳은 교보생명 외에 없다.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인수를 위해 세계투자은행컨소시엄을 구상하고 JP모건·맥쿼리그룹·소프트뱅크 등 8개 투자은행(IB) 및 사모펀드(PEF) 등이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특히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선진국 수준의 금융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만큼 글로벌 투자은행을 전략적투자자(SI)로 유치해 우리은행의 경영을 맡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교보생명 이외에 마땅한 인수후보자가 없을 경우 유효경쟁 불발로 경영권을 포함한 30% 지분매각은 불발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EF에도 경영권을 포함한 30% 지분을 매각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5~10% 희망수량입찰은 관심 클 듯=5~10% 정도의 희망수량입찰에는 일정 부분의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희망수량입찰 물량은 26.97%다. 매각공고와 본입찰을 거쳐 올해 말 낙찰자가 선정된다.
입찰의 가장 큰 특징은 콜옵션이다. 1주당 0.5주가 유력한 콜옵션은 재무적투자자에게 매우 '달콤한 조건'이 될 것으로 공자위는 기대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 옵션을 행사,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추가 매입해 차익을 거둘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할 때는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또 콜옵션은 통상적으로 만기 때만 행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이번 콜옵션은 행사 기간(3년) 안에 언제든지 행사할 수 있으며 0.1% 이상씩 나눠서 행사할 수도 있다. 다만 옵션 행사가 몰리면 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낙찰 직후 3~6개월에만 행사가 제한된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게 10%의 소수지분 상한선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한도(4%)다. 옵션 행사로 1.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실제 입찰은 옵션 행사를 고려한 규모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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