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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박지만(56) EG 회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5일 박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오후2시28분께 검찰에 모습을 드러낸 박 회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알고 있는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검은색 코트에 목도리와 안경을 착용하고 나온 박 회장은 '정윤회씨와의 권력암투설'과 '미행설' 등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박 회장은 "청와대에서 7인회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당초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변호사 없이 혼자 나오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를 지난 5월 만난 경위와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의 사후처리 과정 등을 조사했다. 박 회장은 정씨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관비서관 등이 이미 검찰의 조사를 받은 가운데 마지막 남은 사건의 핵심 관계자로 꼽혀왔다. 검찰은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을 작성하는 데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정씨가 청와대 3인방인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과 수시로 만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퇴 등을 논의했다는 해당 문건은 거짓인 것으로 결론이 났으며 조 전 비서관 등이 이런 문건을 작성한 것은 정씨와 청와대 3인방 등을 견제하고 가까운 사이인 박 회장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문건 작성 과정에서 조 전 비서관 측과 박 회장과의 모종의 교감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조 전 비서관은 평소에도 박 회장과 자주 교류하며 그를 도와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박관천 경정이 지난 4월 청와대에서 물러나자 박 경정에게 "박 회장과 관련해서는 계속 나를 챙겨줘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세계일보로부터 100여건의 청와대 유출 문건을 받은 뒤 청와대가 아니라 박 회장에게 이를 먼저 알린 것도 조 전 비서관과 박 회장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증거 중 하나다.
'정윤회씨의 박 회장 미행설'도 주요 확인 사항 중 하나다. 3월 시사저널은 이런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으며 박 회장은 자신을 미행하던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아 '정씨가 시켰다'는 자술서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씨는 해당 내용을 보도한 시사저널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도 강력히 요구했다.
이런 점들을 확인하다 보면 이번 사건의 발단으로 지목되는 정윤회-박지만 권력암투설의 실체도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외에도 5월 세계일보로부터 청와대 유출 문건을 건네받은 뒤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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