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업의 성장밑천을 제공하는 엔젤투자는 우리나라에서 10여년 전 인터넷벤처가 한창일 때 성황을 이루다 일순간에 꺼져버렸다. 회사 이름에 '인터넷'이나 '벤처'자만 들어가도 줄을 잇던 투자자들이 벤처거품 붕괴로 큰 손해를 보면서 엔젤투자라는 말조차 쑥 들어갔던 것이다.
창업과 엔젤투자는 어느 때든 국가경제의 활력소여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청년실업난, 중소기업 자금난, 부동자금 표류 등 지금과 같은 우리 경제상황에서는 더 절실하다.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신생기업들이 끊임없이 탄생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일본은 새로운 창업기업들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고 가라앉고 있다. 구글ㆍ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오늘날의 글로벌 공룡으로 성장하기까지 엔젤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대책의 강력한 추진이 필요하다. 지금도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와 매칭펀드 등의 지원책이 있지만 미흡한 수준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은 활발한 엔젤투자,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 고급인력 조달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엔젤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 즉 엑시트플랜을 보강해야 한다. 기업 상장뿐만 아니라 활발한 M&A를 통해 엔젤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유인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엔젤투자 세력이 두텁게 존재하면 창업활동도 자연히 늘어나게 돼 있다. 그러면 창업과 엔젤투자가 서로 선순환하면서 국가경제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창의적 사고를 가진 많은 젊은이들이 공직이나 의사ㆍ대기업 등 고답적인 부문이 아니라 창업의 길에 앞다퉈 들어서려고 할 때 산업과 시장은 발전한다. 창업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은 엔젤투자층이 든든할 때만 가능하다.
모처럼만에 다시 돌아온 엔젤투자 분위기를 확실하게 일으켜 창업과 투자의 꽃을 피우도록 정부당국과 관련기관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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