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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석의 '말하는 카메라'] (1) 카메라,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사진찍는 동안 중요한 순간 놓칠 수 있어...

유치원 ‘재롱잔치’가 한창이다. 꼬마들이 선보이는 춤과 연극에 객석은 웃음꽃이 한가득 이다. 가득 핀 것은 비단 웃음꽃만은 아니다. 관객(부모)은 조금 특이한 자세로 두 번 보기 힘든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많은 부모는 구부정한 자세로 양팔을 앞으로 내밀고,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손바닥만 한 LCD 화면을 통해 마치 DMB 방송 보듯 자녀의 공연을 보고 있다. 반대로 아이는 부모의 눈빛보다 객석에 둥둥 떠 있는 기계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유치원 자체적으로 촬영하고 있지만, 내 자식이 주인공인 영상이 필요한 게 부모 마음이다.

어릴 적 운동회나 학예회 기억을 되살려본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인 잔치의 한 가운데 서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린다. 무대에 올랐을 때 신기하게도 그 많은 사람 중에 엄마의 얼굴은 단박에 찾을 수 있다. 엄마도 똑같이 입혀놓은 애들 사이에서 나를 쉽게 찾고 ‘엄마 여기 있다’는듯이 손을 흔든다. 엄마의 눈을 보며 떨리는 마음도 진정시키고, 엄마가 보고 있으니 잘해야지 하는 동기부여도 된다. 그날 엄마가 멀리서 미소짓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떤 고화소의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만약에 엄마가 카메라로 얼굴을 가린 채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면서 부담스럽게 내 사진을 찍고 있었다면 이런 느낌은 없었으리라.

카메라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 필요하다. 그러려고 산다. 사진과 영상은 그 촬영하는 동안 만큼 촬영자는 프레임 바깥세상을 놓치게 되는데, 그 사이에 주인공으로서 함께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지나갈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나서 중요한 순간이 오면, 그것을 눈으로 보고 느끼려 하기보다는 ‘이거 찍어놔야지’하는 생각부터 들고 재빨리 카메라 앱을 실행시키기 바쁘다. 디지털카메라 나오기 전에는 답답해서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다.



물론 판단과 행동은 본인 몫이다. ‘사관 (史官)’이 된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 기록을 성실히 남기고 페이스북 ‘좋아요’ 개수에 행복할 수도 있다. 비록 영원히 그 순간을 LCD 화면으로 봐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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