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0일 비대위 출범 100일을 맞아 이같이 자평했다. 2·8 전당대회를 통해 민심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자원외교 국정조사와 개헌 판 짜기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문재인-박지원 의원의 영남-호남 대결구도, 친노-비노의 대결구도로 흘러가면서 전대 이후를 우려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벌써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의 신당론까지 가세하면서 4월 재보궐 선거를 전후로 해 야권이 분열할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당대회와 재보궐선거, 자원외교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특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2015년 상반기가 새정치연합의 운명을 결정지을 시기로 점쳐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친노-비노 갈등 수면 위로…봉합 없인 큰 상처=당권에 도전 중인 문재인 의원은 지난 2일 홈그라운드인 부산에 내려가 “부산을 포함한 영남 지역의 지지를 확고하게 끌어올려 당을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지역 민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발언일 수 있지만 ‘지역주의’에 기댄 표현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문 의원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박지원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당권주자 중 누구보다 광주와 호남을 찾아 “호남 없인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며 자신의 지지를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박 의원 둘 중 한 명이 승리를 해도 “당을 봉합하지 못할 경우 분열은 필연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문 의원은 4일 “경쟁자 이전에 동지입니다. 경쟁이 끝나도 동지입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통합을 약속했지만 비노 당권주자들이 문 의원에 대한 맹공이 이어져 문 의원 혼자만 ‘클린 선거’를 치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날 박주선 의원은 “문 의원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당권에 도전 중”이라며 문 의원을 압박했고 박지원 의원 역시 “이번 전대는 대권 주자를 뽑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대권 분리론을 재차 강조했다. 한 초선 의원은 “신임 당 대표가 당직 임명 등에서 공정하지 못하면 이에 항거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월 재보선 승리 없인 당 대표 힘 실리지 못해 =새정치연합 당 대표의 첫 시험 무대는 4월 29일 열리는 재보궐 선거가 된다. 재보궐 선거가 열리는 지역구는 경기 성남시 중원구, 광주 서구을, 서울 관악구을 등 3곳으로 야당 우세지역이지만 자신 있게 새정치연합의 승리를 예언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곳 중 어느 한 곳도 승리를 다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보궐 선거 3곳 모두 통합진보당의 해산 결정에 따라 치러지는 만큼 여권 집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보정당을 요구하는 ‘국민모임’도 4월 재보선에 후보를 낼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야당 집안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사실상 ‘국민모임’에 합류 의사를 밝힌 정동영 상임고문과 합류할 것으로 거론되는 천정배 전 장관 등이 각각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에 나선다면 새정치연합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또 광주 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강운태 전 광주시장과 이용섭 전 의원이 가세할 경우 광주 재보선 판세는 안갯속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 시장 카드를 각각 성남과 서울에 배치한다면 야당이 3패를 할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또 통합진보당 전 의원들도 지역구 수성을 위해 출마를 검토 중인점도 새정치연합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외교 특별한 성과 없이 지지율 반동 힘들어=자원외교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 29일 특위 의결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서 100일간의 활동을 시작했지만 아직 증인협상 등 계획서 작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와 새정치연합 홍영표 간사가 5일 만남을 통해 첫 증인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새정치연합의 증인 요구가 관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증인으로 우선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전 대통령 망신주기”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알맹이 없이 끝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정치연합이 자원외교 국정조사 성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미 당 차원의 자원외교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상당 부분 발표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과 최 부총리의 출석 없이는 국조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9일 개최되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소위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지만 운영위 출석 명단에 대한 합의와 특검 도입 여부도 과제로 남아있다. 또 개헌 관련 이슈가 선거구 재획정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위에 밀려 표류할 경우 야당 발 개헌논의는 수그러들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당 초선 의원은 “우리가 벌려 놓은 것이 많다”며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도 공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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