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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를 예측할 때 '스토리가 지배하는 사회'라는 말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스토리의 중요성은 단지 상품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부분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케팅에서도 '스토리를 팔아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가 열렸다. 30년 남짓한 역사를 지닌 화장품회사 베네피트(Benefit)가 그랬다.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만든 이 회사가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는 스토리텔링으로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꿰뚫는 네이밍(Naming)전략이 효과적이었다. '소피아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지''날 만져봐, 그리고 떠날 수 있다면 떠나봐''우리 집 아니면 너희 집으로' 등의 문구는 바로 베네피트 제품의 이름이다. 친구들끼리 속삭이는 것 같은 제품명은 상상력 풍부한 신세대 여성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여타 화장품 브랜드들이 최고 몸값의 배우들을 모델로 쓰는 것과 달리 베네피트는 그 흔한 인기스타 하나 없이 광고를 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창업주 자매들이 수집해 온 앤티크 인형들이 모델을 대신했고, 오히려 제품 자체가 주인공이 됐다. "웃음이 최고의 화장품"이라는 창업주의 말처럼 베네피트는 재미있으면서도 이야기 거리가 있는 화장품으로 대 성공을 거뒀다.
책은 이처럼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무기로 위기를 극복하고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기업들의 성공 뒷얘기 45편을 담고 있다.
'쌍둥이 칼'로 유명한 독일의 주방용품 전문 기업 헹켈은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유럽 및 미주시장과 곡물을 주로 먹는 아시아시장용으로 칼 하나도 음식문화에 맞춰 차별적으로 내놓았다. 소비자를 생각하고, 기본에 충실했던 결과다.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는 백화점 입점 면담을 연거푸 거절당하자 실수를 가장해 백화점 바닥에 향수를 쏟음으로써 자사 제품의 향기로 백화점을 채우고 관심도 끌었다.
유모차 한 대 값이 200만원을 호가하는 스토케의 경우, 낮은 유모차에 앉은 아이가 사람들의 발이나 강아지 등만 보게 하는 대신 엄마와 눈을 맞추고 주변 풍경도 볼 수 있게 고안한 유모차로 성공을 거뒀다. 그 덕에 미국의 '타임'지가 선정한 '2004년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가구의 개념을 저가의 소모품으로 바꿔버린 이케아, 경쟁사의 성장으로 위기에 몰리자 신발 밑창을 디자인의 대상으로 삼아 신성장의 신화를 쓴 나이키, 양말도 월간지처럼 정기구독하게 만든 블랙삭스닷컴 등 책은 기업들의 눈부신 성공담으로 가득하다. 한발 앞서가는 기업들의 남다른 1%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비법도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 제공하는 '작은 특별함' 속에도 숨어있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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