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슈퍼주총데이'가 15일 앞으로 다가왔다. 슈퍼주총데이는 262개의 상장기업이 동시에 주주총회를 여는 날이다. 올해 주주총회 일자를 확정한 12월 결산법인 중 46%가량이 이달 22일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관련 법규상 기업들은 주주총회 2주일 전까지 주총 관련 사항을 주주들에게 공지하도록 돼 있다. 이들 기업 가운데 소액주주들에게 올해 "주주총회 장소에 올 필요 없이 온라인상으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투표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자투표제를 모두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제는 시간을 내 주주총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소액주주가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직장을 다니는 소액투자자들로서는 근무 중 주주총회 장소로 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매우 유용한 제도다. 또 해마다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몰리는 슈퍼주총데이가 생기기 때문에 복수의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에게도 효용성이 크다.
하지만 기업들은 소액주주의 권리와 관련된 전자투표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실정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전자투표제가 도입된 후 현재까지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40곳뿐이다. 이마저도 페이퍼컴퍼니인 선박투자회사가 36곳이며 상장업체 가운데는 중국 기업 차이나킹이 유일하다.
기업들이 전자투표제를 외면하는 이유는 뻔하다. 대주주가 회사를 운영하는데 소액주주들의 권리 행사는 성가실 뿐이다. 게다가 섀도보팅으로 소액주주들이 참여하지 않아도 의결정족수가 채워진다. 섀도보팅은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다른 주주들의 투표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전자투표제 활성화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경제민주화 의식은 여전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올해에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통과돼 내년 슈퍼주총데이에서 소액주주들이 온라인을 통해 마음껏 의사 표시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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