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진창수 부장판사)는 A씨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
대한항공의 객실사무장이었던 A씨는 지난 수년간 부하 직원들에게 선물이나 돈을 끈질기게 요구하며 부담을 줬다. 비행 전 모든 승무원을 모아 놓고 “물질과 마음은 하나다”라고 말하거나 한 승무원에게 “몇십 만원 투자해 진급하면 연봉 몇백 만원이 오르는데 어느 것이 이득인지 생각해 보라”며 근무 평가를 미끼로 선물을 요구했다.
성희롱도 일삼았다. 한 여승무원의 카카오톡 사진을 보고서는 “‘나 오늘 한가해요’ 느낌이 든다. ‘선○○○○’(성인잡지) 모델 같다”고 말했고 다른 여승무원에게 “저런 사람이 남자 맛을 보면 장난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비사와 여승무원이 우연히 부딪치자 “당신은 젊은 남자만 보면 환장해”라고도 했다.
이 밖에도 자신의 업무를 부하 승무원에게 떠넘기거나 가족들의 좌석을 무단으로 좌석을 승급하기도 하는 등 갑질을 일삼자 대한항공은 A씨를 대기발령 내고 징계위원회, 재심을 거쳐 지난해 7월 최종 파면했다. 하지만 A씨는 “파면 절차가 잘못됐고 거짓된 제보를 근거로 내려진 처분이어서 위법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의) 성희롱 발언은 단순한 농담이나 친근감의 표시를 넘어 상대방에게 굴욕감과 수치심,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데 충분하다”며 “대한항공이 다른 성희롱 직원에게도 권고사직이나 파면 등 엄격한 징계조치를 내리는 것으로 볼 때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은 조치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또 “선물 요구와 업무 전가, 객실서비스 매뉴얼 규정 위반 등도 모두 파면 사유로 인정된다”며 “징계 과정도 절차상 하자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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